논평 · 성명


논평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을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21-09-15
조회수 156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 확대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드디어 통과되었다. 이는 지난 2019년에 처음 입법 발의된 이후 3년만의 결과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권리침해로 인한 피해 예술인에 대한 구제절차를 제도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인들이 스스로 법의 제안과정부터 시작해서 입안하고 논의하는 과정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징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이다.


오히려 이러한 제정 배경이나 목적을 고려해보면, 이 법이 지난 3년간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통과되었어야 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사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려야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가 무엇이며, 예술인만 별도의 법을 통해 법적인 보장이 필요한지, 이러한 것이 예술인에 대한 특혜가 아닌지 등 다양한 논쟁을 거쳐 왔다. 또한, 법제화 과정에서 기존법과의 관계, 제도화를 위한 세부규칙, 처벌조항의 수위 등과 같은 현실적인 쟁점들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들은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가지는 중요성만큼이나 이법이 가지는 한계도 명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일정부분의 사회적 담론과 합의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지만, 반대로 법제정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보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예술(인)정책이 안착되기 위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를 위해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령 제정이나 제도화 과정에 대한 계획도 치밀하게 짜여야 하며, 예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에 맞게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지는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예술계 미투라는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앞의 두 사건을 통해 우리는 정책의 수단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예술인에 집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 침해나 예술인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지금 현재에도 우리주변에서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다. 즉, 예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보완이 동시에 이뤄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호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이번 법제정을 통해서 단순히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에 불과하다. 예술인의 권리 확대를 위해서는 예술인 스스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하며, 사회적 담론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한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예술인의 권리 확대를 위한 종착점이 아닌 변화와 변혁을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21년 9월 15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