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이제는 문화적 가치 확대와 삶의 전환을 담보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문화예술 공약 발표에 부쳐-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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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적 가치 확대와 삶의 전환을 담보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문화예술 공약 발표에 부쳐-


1월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문화예술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문화예산 2.5%, 문화콘텐츠 세계 2강”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고, ▲문화예산 2.5% 확대 및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지급 ▲국민 문화기본권 보장 및 ‘국민 창작플랫폼’ 운영 ▲지역의 문화자치 강화와 문화마을 조성 ▲청년 문화예술인의 정책 참여와 일자리 확대 ▲문화외교 강화 ▲문화콘텐츠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핵심 6대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 발표에서 문화정책의 주요 의제인 문화예술인정책의 확대, 생활문화와 지역문화의 활성화, 청년문화예술인의 부상 등이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동시에 문화예술인의 노동권 보장, 문화예술인의 정책 참여 기회 확대, 문화행정의 관료주의 배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후속조치,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의 확대 등을 언급한 것 또한 현재 문화예술계와 문화행정 및 정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미투운동을 통해 촉발되었던 성평등한 문화예술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이 부재한 점,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생태문화적 삶의 전환에 대한 방향성 부재,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위기대응에 대한 문화행정의 혁신과 제도적 보완이 부재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촉발시키는데 주요 원인이었던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공급 방식, 문화예술인 지원제도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채 블랙리스트 피해예술인의 피해치유에 대한 내용만 언급된 점은 블랙리스트 문제의 핵심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번 문화정책의 주요방향이 “문화예산 2.5%, 문화콘텐츠 세계 2강”과 같이 문화정책의 양적확대와 문화예술을 통한 경제적 효과가 지나치게 강조된 점은 심각한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는 어디까지나 문화정책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문화정책을 통해 문화가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보편 확대되는 문화국가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나 국가경쟁력 강화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산 2.5% 확대’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문화예산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점은 분명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산이 어떠한 비전과 목표를 위해 어떻게 쓰이느냐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확대된 문화예산은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시민의 문화적 역량 강화와 문화예술 생태계의 활성화를 통해 일상적 문화예술의 힘이 문화산업계로 확대될 수 있는 방향에 힘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담보하는 시민과 예술인의 정책참여 확대와 이를 통한 사회구조와 문화예술생태계의 전환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후위기과 코로나19, 세대갈등과 젠더갈등, 혐오문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같은 문제는 사회적 변화와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정책이 단순히 양적 확대나 경제적 효과와 같은 정량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보다는 이러한 사회변화에 따른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대안적인 문화적 삶의 전환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2년 1월 21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