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성명] 시민혁명이 만들어 낸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환영하며

시민혁명이 만들어 낸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환영하며 블랙리스트가 없는 국가, 문화민주주의가 꽃피는 새로운 정부를 기대한다.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촛불시민들의 시민혁명이 헌정을 유린한 부패 세력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킨 것이다.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권력의 유지를 위해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가며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했지만, 위대한 시민들은 낡고 부패한 지배권력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와 힘을 직접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대답했다. 우리는 시민들의 분노와 연대 그리고 희망으로 만들어 낸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환영한다. 새로운 정부는 스스로의 탄생 배경과 경로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하여 기존 정치 세력들의 힘이 아니라 시민들의 투쟁으로 새롭게 세워진 정부라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적폐”의 구조들을 청산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권에서 파괴된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 문화정책의 개혁과 혁신 역시 대한민국의 파괴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과 함께 해야 한다. 박근혜정권의 몰락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문화행정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은 물론 전・현직 두 명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 대통령비서실장 그리고 다수의 관료들이 예술 검열을 둘러 싼 불법 행위로 구속되었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위원회에서부터 시작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의 핵심 사업들에 대한 비선실세들의 정경유착과 부패 행위가 일상적으로 개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비선실세들의 먹잇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었을 정도로 지금 한국 사회의 문화정책은 심각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정부의 문화정책은 오직 ‘국가 문화행정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혁신’에서 출발해야 하며, 문화연대를 비롯하여 300여 현장 문화예술단체들은 이미 새로운 정부의 문화행정 혁신을 위한 3대 원칙을 사회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첫째, “(가칭)문화정책 혁신과 비전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현재 문화행정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인수위원회 수준의 권한을 가지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문화행정 전반에 대한 본질적인 재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가칭)문화정책 혁신과 비전 위원회는 국가 문화정책과 문화체육관광부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비전 수립에 대한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고 운영돼야 한다.

둘째, “협치와 지역화의 가치에 기반한 문화행정 확립”.

(가칭)문화정책 혁신과 비전 위원회 구성을 비롯하여 모든 문화행정의 철학과 원리로서 협치(거버넌스)와 지역화 정책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정책 수립 및 집행 전 과정에 걸쳐 현장 문화예술생태계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추진하여 현장성과 진정성이 있는 문화정책을 복원해야 한다.

셋째,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전면 조사와 본질적인 대책 수립”.

앞의 두 가지 원칙 속에서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법률적 한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문화적 과정으로서의 블랙리스트 사태 전면 조사 및 대안 마련이 추진돼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둘러 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의 수준을 넘어 표현의 자유, 예술의 사회적 가치 등을 확장할 수 있는 본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당시 대통령 후보자) 역시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현장 문화예술단체들과의 정책협약식을 통해 집권과 동시에 이에 대한 집행을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약속을 이행해야 할 때다. 낡고 부패한 문화행정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의 새로운 비전과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부의 문화정책 혁신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인사 정책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행정이 몰락한 지금의 현실에서 새로운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가진다. 그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이 오직 문화정책의 혁신과 비전을 위한 인사가 간절한 때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가진, “문화정책 혁신에 대한 의지와 고민”이 있는, “현장 문화예술인들과의 소통과 공감” 능력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인선을 당부한다.

2017년 5월 11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