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미디어렙 법을 제정하여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켜내야 한다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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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 법을 제정하여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켜내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3일 오전 9시부터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 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목표로 파업 중이다. 이명박 정권, KBS, MBC에는 공정성과 공공성 회복을, 국회에는 미디어렙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렙(Media Rep.방송광고판매대행사)은 방송사의 광고시간대를 위탁받아 기업에 방송광고를 판매하고 방송사로부터는 그 판매수수료를 받는 대행사이다. 한국은 1980년에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전파수익의 사회환원이라는 목적으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설립되어 지상파방송의 방송광고를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하였다(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 자료 인용). 제3자에 의한 방송광고 판매방식은 광고주가 방송언론에 개입하는 것을 일정부분 방지했고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권이 있는 방송이 광고 수주를 이유로 감시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기업과 같은 자본권력과 결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판매광고에 방송발전기금을 징수하면 광고매출이 투명하게 드러나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3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을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아이에 비유하여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종편채널의 직접광고영업을 옹호했다. 한나라당 역시 8월 국회에서도 미디어렙 법을 입법하지 않음으로써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종편채널에 광고 직접 영업을 허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종편채널의 광고 직접영업을 허용할 경우, 종편채널은 정상적인 광고영업으로는 경영상 어려움이 클 것이므로, 광고직거래를 통해 광고주를 압박해 광고를 끌어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광고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종편채널에 광고를 주면 보도를 어떻게 해준다는 식으로 영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고, 종편채널들이 광고주를 의식하여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하거나, 보도를 빙자하여 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또한 지상파방송이 종편채널과의 동등한 규제를 요구해 지상파방송에게도 직접영업이 허용되면 한국 광고시장에서는 지상파 방송과 종편채널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피해자는 중소․지역 신문과 지역방송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신문사를 끼고 있는 종편을 상대하고 있는 기업들은 종편채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지출이 커지므로 기업에서는 중소․지역 신문과 지역방송의 광고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송채널을 가진 중앙지들이 광고를 독식한다면 지역 신문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처럼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이 허용되면, 다른 방송사업자들도 광고 직접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중소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은 종편채널과 지상파 방송의 치열한 경쟁 사이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미디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언론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런데 방송을 편성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광고주의 영향력이 행사되면, 언론의 자유와 독립,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종합편성채널이 정치권력과 자본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송광고 제3자 위탁 판매를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공적 규제 장치인 미디어렙법을 제정하여 언론매체 간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미디어 생태계를 보호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켜내야 한다.

2011년 8월 30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