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주간논평] 국가는 ‘표현’에 대해 검열할 권한이 없다.

201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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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국가는 ‘표현’에 대해 검열할 권한이 없다.


 G20 쥐 그림 사건, @2mb18nomA 트위터 계정 차단,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의 남성 성기 사진 블로그 게재 논란, 여성가족부의 대중가요 가사 심의와 잇따른 ‘청소년유해매체’ 지정, 성소수자 관련 영화 심의 등 최근 들어 문화적,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의 검열이 강화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문제의 본질은 어떤 ‘표현’을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국가가 과도하게 표현을 검열하는 데 있다.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의 남성 성기 사진 블로그 게재와 관련하여 “성기 사진”이 음란물이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경신 교수가 ‘성기 사진’을 그의 블로그에 게시한 이유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모호한 심의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성기 사진’ 자체만을 문제삼는 것은 박경신 교수의 문제의식을 왜곡하는 논지이다.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민을 객체화시켜서 통치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다. 특히 청소년보호를 이유로 내세워 문화적 표현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을 비롯하여 시민을 수동적으로 대상화한 것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7월 14일 그룹 ‘비스트’의 노래 「비가 오는 날엔」의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다”란 가사가 청소년에게 음주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고지했다. ‘술’이라는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들으면 청소년이 음주를 한다는 논리는 청소년의 주체성과 판단능력을 무시하는 발상이고, 음악을 들을 권리를 비롯하여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결말을 부정적으로 노래했다는 이유로 금지당하거나(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멜로디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당했던(이미자의 「동백꽃 아가씨」) 70년대의 가부장주의적 검열과 비슷하다.

이러한 검열의 이면에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다양한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다. 성적 표현물이 청소년을 망칠 것이라는 공포심, 퇴폐적이고 우울한 음악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힐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자유로운 성적 표현이 가부장적 질서를 해체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어떤 정치적 표현이 반국가적․반자본적 이념으로 국가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공포심 등 검열의 이면에는 다양한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고 이는 모두 정치적 효과를 지닌다. 검열은 개개인의 욕망과 정치적 이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싶은 지배집단의 폭력적인 정치이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폭력적인 정치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에서 또는 일상에서 문화적 표현물과 언어로 정치적 견해와 감정을 표현할 자유, 그것은 어쩌면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따라 설계된 한국사회에서, 체제의 바깥에서 울분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개개인들의 의지이자 상상력의 마지막 공간이다. 성(性), 슬픔, 울분과 분노 등 감정의 사적영역과 정신생활마저 국가로부터 통제를 받는다면, 이 시대의 바깥을 상상하는 자율적 에너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와 검열문제에서 마음속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개인인 ‘나’를 지키고 더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지키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 창작자의 예술적 표현, 개인의 성(性)적 표현 등 모든 표현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므로 더욱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좋은 혹은 나쁜 표현이냐에 상관없이 국가에게는 검열권한이 없다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가진 본질이다.

2011년 8월 4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