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성명계원학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였던 송수근 총장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라


예술대학 총장이 블랙리스트 관련자라니?!?

최근 발생한 재학생 · 졸업생 등의 개인정보 유출과 그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현재까지도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계원예술대학에서, 또 한 번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이어졌다. 2019년 7월 29일, 학교법인 계원학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였던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하 송 전 차관)을 계원예술대학교 제9대 총장에 임명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것이다.


문화예술 현장으로 복귀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 전 차관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블랙리스트 집행 방안을 보고해 달라는 지시를 받은 인물로, 이어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 팀장을 맡으며 문제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의 사후 통제 강화, 심사위원 자격 기준 강화 등이 담긴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보고서를 작성하여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실질적 인물이었다. 그러나 송 전 차관은 조사가 한창이었던 2017년 당시, 장관 등의 고위직들이 이미 블랙리스트로 인해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과 감사원 징계를 면하게 됐다.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 표현의 자유가 원천 배제되었던 블랙리스트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계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관련자들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으며, 블랙리스트 작동으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 및 일반 국민도 집단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었던 이명박 정부 때부터, 문건의 실체가 드러난 박근혜 정부 때까지. 무려 약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정부는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관련자 처벌 등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예술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최고 권한자로 임명된 상황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책임감 없는 도피성 자진사퇴와 솜방망이 처벌에 의한 면책 수준의 징계 이후, 블랙리스트 주요 관련자들의 행보는 자신이 가해를 저질렀던 문화예술현장으로 아무렇지 않게 발길을 옮겨가고 있다.

언론 또한 사태를 무마하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실행자였던 송 전 차관의 총장 임명 기사를 보도하며, ‘문체부 재직 시절 장관 대행을 맡아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조직을 잘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을 기사에 싣기도 했다. 그 어느 언론에서도 문화예술계에 송 전 차관이 저지른 과거 만행을 다루는 곳이 없다. 앞서 얘기한, 피해자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관련자 처벌 등의 후속 조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라는 공적 기관의 위상과 권력을 보호하고 방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는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 가해자들의 2차, 3차 가해 행위에 동조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문성과 적합성이 의심되는 학교법인 계원학원의  총장 검증 절차

2019년 5월 27일 계원예술대학교 공지사항 채용 공고란에 게재된 총장 초빙 지원서류 내용 중에는 연구윤리 관련 자기검증 문항이 있다. 이 중, 7번 문항의 질문은 ‘귀하께서는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국책연구나 정책연구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적이 있습니까?’를 ‘예 / 아니요’로 묻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와 직결되는 해당 문항에 송 전 차관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학교법인 계원학원의 총장 후보자 검증 절차이다.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선출 규정에 따라, 총장후보자를 법인에 추천하는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설치되고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회(이하 이사회, 이사장 김영식 외 7명)’와 함께 후보자에 대한 심사와 검증이 이뤄진다. 2019년 6월 20일 총장 후보자의 소견발표가 진행됐고, 이후 6월 26일 이사회 회의를 통해 송수근 후보자가 이사장에 의해 제안됐다. 그리고 당일 회의에 참석한 이사 6명이 전원 찬성하여 송수근 후보자가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에 임명됐다.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쳤다고는 하나 이미 총장 임명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총추위와 이사회가 블랙리스트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지 그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이사회는 전문성과 적합성이 의심되는 검증 절차를 거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였던 송 전 차관을 총장에 이르게 했다. 다시 말해, 총추위와 이사회의 안일함은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 가해자를, 문화예술 현장과 문화예술계로 나아가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예술교육 기관으로 다시 불러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재검증이 이뤄져야 하며, 재검증이 이뤄질 때까지 송 전 차관의 총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강조한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성찰 없이 몰염치하게 문화예술계 현장으로 돌아온,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자진 사퇴하라!

학교법인 계원학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심각성의 무지함과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문화예술계 현장 복귀에 일조하였음을 인정하고, 공개적인 사과와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


2019년 8월 7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