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서울시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문화정책의 전환과 혁신을 고민을 해야 한다

2022-03-16
조회수 589

[논평]

서울시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문화정책의 전환과 혁신을 고민을 해야 한다



지난 2월 23일, 서울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2년 서울시의 문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안은 지난해 오세훈 시장의 ‘서울비전 2030’의 내용을 구체화한 내용으로, 디지털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디지털 감성문화도시 서울(Digital Culture City)’을 주요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3대 전략으로 △디지털 감성 문화도시 △시민문화 향유도시 △2천년 역사도시를 내걸고, 이를 위한 핵심 과제도 발표했다.


특히, 서울시는 ‘디지털 감성문화도시’를 서울시의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강조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통한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하고, 미디어아트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산업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환경의 변화를 생각하면 필수불가결한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왜 서울시 문화정책의 핵심목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디지털 감성문화도시’라는 용어만큼이나 모호하다. 이는 세부계획을 살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시설 건립과 전시공간 조성, 인프라 구축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어떠한 주체들과 어떠한 과정과 방향을 통해서 정책적 목표를 실현해 나갈지에 대한 구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적 철학과 방향성의 부재는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 하고 있다.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시민의 문화향유권만으로 한정하는 점도 문제다. 문화향유권은 시민의 다양한 문화적 권리 중 일부이며, 표현의 자유 보장, 문화다양성 확대, 일상문화와 생활문화 확산을 위한 환경 조성과 같은 다양한 조건들이 동시에 이뤄질 때 실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화정책과 시민에 대한 편협한 인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오세훈 시장은 시민을 적극적인 문화주체보다는 문화정책의 수동적 수혜자로만 한정하고 있으며, 그 결과 작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이유 만으로 생활문화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리하면 서울시가 발표한 ‘디지털 감성문화도시 서울’ 계획안은 정책적 철학과 방향이 부재한 채, ‘디지털’이나 ‘감성문화’와 같은 수사들로 포장된 부실한 계획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책의 내용적인 실체보다는 시설 건립이나 이벤트 행사와 같은 기존 사업들의 나열에 불과한 계획안이 되어 버렸다. 이러다 보니 이번 계획안 발표가 오세훈 시장이 재선을 염두해두고 만든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기후위기 문제, 부동산 투기와 양극화의 심화, 젠더와 세대 간의 갈등 확대 등은 시민의 일상과 삶의 전환을 전제로 한 메타 정책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정책은 이를 위한 역할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수사와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문화정책의 전환과 혁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2년 3월 16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