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공공기관 임원 이력 요청하는 국민의힘, 블랙리스트 시즌2 준비하나?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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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공공기관 임원 이력 요청하는 국민의힘, 블랙리스트 시즌2 준비하나?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윤석열판 블랙리스트, 취임 전부터 보복인사를 시작한 것입니까”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내용은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주요이력에 대한 블랙리스트 성격의 명단 작성 및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달곤 의원이 각 부처에 부처·기관별 정책보좌관, 개방형 직위, 기관장, 부기관장과 임원 현황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해당 인사의 임명권자와 과거 활동을 기재하도록 하였다. 과거 활동 현황 항목은 청와대·인수위·정부·공공기관 활동, 정당·국회 보좌진·출마·선출직·선거캠프·출마자 지지 선언 활동, 민변·참여연대·시민단체·언론사 활동, 국정농단(블랙리스트 사건 등) 피해 또는 규탄 활동 등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이달곤 의원이 요구한 정보들은 사상⋅신념에 관한 정보이자 정치적 견해, 정당의 가입 탈퇴에 관한 것으로 정보 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에 규정된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법령 근거나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민감정보의 처리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달곤 의원의 민감정보 수집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민감정보를 수집해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했는지, 정치적 지지나 견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선정을 위한 사전 작업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위의 내용은 이미 우리에겐 익숙한 이야기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정치적 지지 여부나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정 예술인·단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고 검열했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이달곤 의원은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했던 당시 정부의 여당 소속이다.

 

이번 공공기관 임원 정치성향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이달곤 의원 역시 우리에겐 익숙한 인물이다. 이달곤 의원 지난 2020년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기억 사업' 예산 증액과 관련해 "정쟁 유발용 사업"이라는 막말을 했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게 사회적으로 기억·기록·보존·전승하는 사업 및 활동을 하기 위한 사회적 기억 사업에 대해 당시 이 의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많은 공직자가 힘들어했다. 일부 정치인도 문제가 됐다. 이를 사회적 기억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이라는 반헌법적 국가폭력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없는 정당과 인물들은 다시금 블랙리스트를 실행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사퇴를 종용한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결론났다.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당시의 피해로 인해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선인은 이번 이달곤 의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눈 감아선 안 된다. 또한,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지향하는 가치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찰과 검열, 배제를 당하여 지금도 여전히 고통 받는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2022년 4월 6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