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공공성과 문화정책의 철학이 부재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반대한다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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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과 문화정책의 철학이 부재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반대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상징적 공간인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에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복합문화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연극계는 “민간기금을 활용한 방식은 '수익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으로 공공극장으로써의 역할을 제한받게 된다”며 “예술을 자본에 종속시키지 말라”고 반발했다.


문체부가 낸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설명자료 및 언론에 따르면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 7820㎡에 들어서는 지하 4층~지상 15층의 복합문화시설(연면적 4만1507㎡)에는 공연시설, 복합시설, 업무시설, 민간 수익시설이 포함됐다. 공연시설은 대극장(1200석), 중극장(500석), 소극장 3개(100석·200석·300석)가 들어간다. 소극장은 어린이, 실험, 창작극장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복합시설은 전시실, 도서관, 자료실, 창작공간 등이 포함되며 업무시설에는 운영기관과 예술단체의 사무실이 들어간다.


이 공간을 건설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은 1244억이며, 정부 자체 재정이 아니라 민간이 공공시설을 지은 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임대료 명목으로 공사비와 이익을 분할상환 받는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으로 건립된다. 민간사업자는 20년간 복합문화시설에서 나오는 수익 외에 정부로부터 운영비 1004억 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복합문화시설과 함께 조성되는 예술인 전용 주택은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참여 공모방식으로 건립되며 200호가 들어선다.


문체부가 낸 사업설명자료에는 익숙한 단어가 있다. 바로 ‘BTL방식‘이다. BTL방식이란 민간에서 사회기반시설을 건립하고, 완공 이후 소유권은 정부로 이전하되, 정부가 임대료 명목의 운영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또한 업무시설(임대), 판매 및 근생시설, 공용공간, 주차장 및 옥외공간 등도 민간사업자가 20년간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민자사업은 해당 사업을 통해서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그렇기에 민자사업자의 이익과 공공사업으로 얻을 공공성은 서로 조화될 수 없다. 그 이유는 공공성보다는 민간사업자의 기대 수익 보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할 공간을 건설하면서 왜 문체부는 민간자본을 끌어드리려 하는 것일까? 1244억 규모의 재정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항상 민영화를 외치는 이들의 논리대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이 운영에 있어 효율적이기 때문일까?  


게다가 이미 BTL 방식으로 건립된 전국의 많은 문화예술공간들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은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것은 비단 문화예술 관련 공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한 최근에도 BTL 방식으로 운영된 학교시설이나, 사회기반시설 운영과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대구미술관 부속동의 경우에는 불법예식장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국립극단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공연예술정책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에서는 이러한 공연예술정책의 방향성이나 철학, 공공 문화시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추진과정에서 공연예술정책의 중요한 주체인 공연예술계와의 소통 부재는 이러한 정책 철학이 부재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의 문제점은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민영화와 정책적 철학과 방향성의 부재에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문화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 또한 문화예술은 사회 공공재로서 자본의 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럼에도 수익성을 우선에 두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 뻔한 이 사업을 우리는 그저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9년의 시간이 부족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논의를 진행하면 된다. 또한 그간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면 그간의 불통을 사과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을 고집해 민간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우리는 이를 그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2022년 6월 8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