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시민도 없고, 문화도 없는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활용계획 졸속 추진을 반대한다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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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시민도 없고, 문화도 없는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활용계획 졸속 추진을 반대한다
 


지난 7월 2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와대 공간 일부를 미술품 전시장과 대통령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하여 문화예술계영역 등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청와대라는 공간에 왜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서야 하는지부터, 청와대의 역사적 의미에 따른 보존과 활용방안, 계획수립과정의 혼선과 소통의 부재, 조선총독 관저 모형 복원의 적절성 등 쟁점이 되는 층위 또한 다양하다.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상징성과 세종로-북촌-경복궁-청와대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왜 윤석열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과정 없이 청와대 활용방안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청와대 개방 작업을 본격화하며, 개방 이후 활용방안에 대한 온라인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한 바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나왔던 의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청와대라는 다양한 맥락을 품고 있는 공간에 대해 충분한 분석과 검토과정 없이 단순히 아이디어 공모 방식으로 결정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개방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대통령 역사문화공간 조성과 관련한 자문위원을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들로만 구성한 사실은 이러한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의견수렴과 논의의 부재는 2010년대 후반에 진행되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거버넌스가 형식적으로 진행되었고, 관주도의 전시행정을 위한 알리바이로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적절한 예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50여 명의 전문가와 100여 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광화문포럼을 구성하고 수십 차례의 공론장을 진행했다는 점을 비교하면 청와대 활용방안 논의 과정에서는 이러한 노력조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청와대 활용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과 방향 또한 문제적이다. 문화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획을 통해 청와대를 ‘대통령의 리더십과 삶, 권력 심장부를 실감하는 상징공간’으로 구성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현정부가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의 종식’이라고 자찬하는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산물인 베르사유 궁전을 참고 사례로 제시한 것은 이러한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에 대한 권위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며, 문화예술 공간을 통해서 이러한 내용을 희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현재성을 고려하지 않고, 광화문-청와대 일대를 관광 클러스터화하겠다는 계획 또한 비판의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과정에서 무리하게 끼워 넣었던 광화문 월대를 비롯한 역사광장 계획이나, 송현동 부지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이건희기증관을 짓겠다는 계획도 이러한 논리에 의해 무리하게 진행되었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광화문-청와대 일대에 대한 공간적 의미나 가치에 대한 검토, 그에 따른 비전이나 장기적 도시계획과 같은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일대를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브랜드화’하겠다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을 통해 청와대를 ‘국민(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활용계획안에는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적 설계가 부재했다. 또한 시민을 정책의 대상으로 한정하고, 문화예술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려는 퇴행적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시민도, 문화도 부재한 기존 청와대 활용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청와대가 진정한 시민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을 밟아나갈 것을 요구한다.   


2022년 7월 27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