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성명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에 엄중 경고한다.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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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서]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에 엄중 경고한다.

 


윤석열 정부·박보균 문체부가 시작되고 블랙리스트 사건이 재발하는 데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한 제22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윤석열차>가 금상을 수상하자 문체부가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문체부는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문체부가 내건 이유는 2013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시작된 계기가 되었던 국립극단의 연극 <개구리> 당시 문체부가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던 이유와 동일하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연극 <개구리>가 박정희·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풍자·비하한 것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하자, 향후 국립예술기관들이 “정치적인 소재”는 배제하겠다고 보고하였고, 이후 블랙리스트 실행 계획을 수립·시행해 나갔던 것이다. 


지난 10월 5일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내놓은 대답은 경악할 만하다. 박보균 장관은 <윤석열차> 만화 검열 사건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하면서 “순수한 공모전을 정치 오염시킨 게 문제”라고 하였다. 박보균 장관의 인식은 문화계가 좌편향 예술가들 때문에 “이념 오염”되었다고 하면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하였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인식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바로 문화예술을 순수예술/정치 오염된 예술로 나누고 정치 오염된 예술을 박멸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는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박보균 장관의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고 강력하게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거치며 우리가 확인한 것은 “정치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검열 · 배제 · 차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사태를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제출한 공모 계획 담겨 있던 “정치적 의도”가 차별적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어야 한다. 그러한 의무를 게을리한 문체부가 뒤늦게 심사 과정을 조사하고,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취소 처분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 블랙리스트 실행을 반복하겠다는 자백이 아닐 수 없다. 


문체부가 후원명칭 사용승인 요청 계획서 검토를 하면서 ‘정치적 의도’라는 결격 사항이 문제 조항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은 점, 첫 번째 보도자료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 것이 문제라고 했다가 검열 논란이 일어나자 두 번째 보도자료에서는 한국만화진흥원이 승인사항을 위반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은 블랙리스트를 내면화한 것으로 진단할 수 밖에 없다. 검열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후원 승인을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원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것은 문체부가 여전히 ”검열“이 이 사태의 본질임을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체부의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취소 처분은 그럴듯한 사유를 들어 배제 지시를 이행하고자 하는 눈속임에 불과할 뿐 명백한 블랙리스트 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배제 지시를 이행하기 위하여 행사 취지를 위반하였다느니,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다느니, 사업계획서가 미비하였다느니, 긴급하게 예술인들의 복지를 지원하기 위하여 예산이 필요하다느니 하는, 스스로 생각해도 낯부끄러운 사유를 들어야 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제출한 후원명칭 사용승인 요청계획에 ‘정치적 의도’라는 결격사유가 있었다는 점도 짚어야겠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왜 검열 계획을 작성하여 제출하고 공모 시에는 어떤 이유로 삭제했는지 해명해야 하고, <윤석열차> 검열 사태에 대한 기관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 표명을 기다려 왔다. 박보균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는 없을 것이다”라는 공언을 하였고, 인사청문회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자 지원 방안을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보여준 박보균 장관의 인식과 태도는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박보균 장관은 전 정부 시기에 있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과 양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답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에 대한 문체부의 계획 또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박보균 장관이 공언한 “블랙리스트는 없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 보았다. “없다”는 것은 부존재를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4년간 문체부는 예술현장과 블랙리스트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문체부 및 주요 산하 기관의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방지 교육을 통해 조직 내부의 인식 개선을 해왔다고 했었다. 지난 2월 17일 그 성과를 발표하며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공고화와 사회적 전반의 인식변화, 피해자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들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에 강력히 경고하며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가폭력을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라. <윤석열차> 검열 사건에 대해 창작자에게 사과하고 표현의 자유 증진 등 재발방지 대책을 공표하라. 만약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사과하고 해명하지 않는다면, 다시 현장 문화예술인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는 <윤석열차> 검열 사건에 대해 즉각 사죄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폭력에 대한 인정하고 사죄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대책을 공표하라.




2022년 10월 11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제안 

문화예술계 • 시민사회 연서명 

단체 257개 개인 113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