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성명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신주 발행 공고에 대한 반대 성명 -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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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신주 발행 공고에 대한 반대 성명

-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


2025년 5월 9일,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이사회는 10억 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의결하고, 5월 20일 기습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독서생태계 구성원 5,000명 이상의 연명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가 제안한 공적 논의의 장에 대한 불참 통보 이후 어떠한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결정입니다. 우리는 이를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의 사유화를 고착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1. 무시당한 공론의 장, 누구를 위한 도서전인가

서울국제도서전은 단순한 영리 목적의 행사나 기업 전시회가 아닙니다. 출판은 독서 생태계 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체의 문화수준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그 개념에 필연적으로 공공성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러한 공공성을 바탕으로 수십 년 동안 작가, 출판인, 서점, 독자가 함께 만들어 온 출판문화의 대표적 공공 플랫폼이며, 그 운영은 다양한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와 공동체적 책임에 기반하여 운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로의 전환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의사결정구조가 소수의 지배적 주주에게 귀속되어 있으며 이의 영속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서울국제도서전에 요구되는 공공성의 요청을 전면으로 배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공적 논의의 장’에 참여해달라는 우리의 제안을 외면했습니다. 또 ‘독서생태계 정책 제안과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 건에 대해서도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하며 불참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그후 며칠 지나지 않아 신주 발행을 의결하고 공고한 것은, 공적 논의를 거부한 채 사유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내부자들 사이에서 도서전의 법인 소유 구조를 고정화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를 비롯한 여러 출판·문화 단체는 ① ‘공적 논의기구의 구성’, ② ‘주식회사 구조의 재검토’, ③ ‘지속가능한 공공지원 체계 마련’을 공동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는 이사회 내부 결의만으로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고, 어떠한 공개 협의도 없이 주식회사의 구조를 고수하는 방식으로 신주 발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출협은 이에 대해 아무런 공식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미 ‘공공재’가 아닌 ‘주식회사’의 소유임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출판 생태계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며, 서울국제도서전이 특정 단체나 소수 자본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2. ‘공공성’을 희석시키는 주식회사 고착화 시도

출협과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는 공고문에서 “공익적 성격의 자회사", “이 회사는 배당을 하지 않으며”, “사회적 기업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 등의 표현을 사용해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수사에 불과합니다. 주식회사는 본질적으로 주주의 소유이며, 주주총회를 통한 의결권 행사로 법인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책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문구는 정관에 명시된 조항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진 장기적 안전장치는 아니며, 정관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식의 양도와 상속을 통해 초기 주주의 의사를 배반하는 경우도 언제든지 상정 가능합니다. 이와 함께, 신주 청약 후 배정 여부가 이사회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현재의 방식은 외견상 ‘공모주 청약’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이사회가 원하는 자본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특정 단체나 개인에게 지분이 집중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폐쇄적인 배정 절차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는 ‘공공성’을 내세우며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화를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시도나 마찬가지입니다.


3. 논의 없는 출자 유도, 정당성 없다

“책문화 발전에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주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주식 청약을 실시한다”라는 표현은 언뜻 공공성을 담보하는 듯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논의와 협의 없이 기만적 언어로 포장된 자본 유치일 뿐입니다. 공공성은 단순한 자본 참여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공공성은 그것을 담아낼 운영 구조와 거버넌스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그 과정 또한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현행처럼 소수 이사회에 의해 비공개 심사가 이루어지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지분이 배정될 수 있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공익’을 내세운다 해도 권한은 특정 주체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공공적 운영의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


-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의 신주발행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 출협은 출판계, 작가, 서점, 독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공적 논의기구에 즉각 참여하라.

-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운영 구조로의 전환 논의를 공론의 장에서 투명하게 진행하라.


서울국제도서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그간의 축적과 기여는 공동체적 공공 자산이며, 그 미래 또한 열린 논의와 공동 설계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2025년 5월 21일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
(문화연대,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 이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