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광화문 광장, 국가상징 이전에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한다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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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논평]

광화문 광장, 국가상징 이전에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한다

- 광화문 광장 국가상징 공간 사업에 부쳐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는 국가상징 조형물에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두고 문제 삼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광화문 광장이 지닌 역사적· 정치적·사회적 의미, 두 번째는 앞서 의미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계획을 강제하고 있는 행정 논리 때문일 것이다. 


광화문 광장은 한국 사회의 민의가 드러나는 공간이자, 공동체의 문제들을 등장시키고 논의하는 시민들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키며 민주주의의 성취와 가치를 재확인했고, 애도와 추모 등의 공통 경험과 집단적 기억을 축적하고 연결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 사안은 시민들의 정치적 행위가 모여 시민성이 표출되는 ‘광장’이라는 공간이 통제되는 문제이고, ‘국가상징’이라는 기호가 지니는 국가주의와 전체주의를 통해 국가 권력에 충성을 합의하게 만드는 장치에 대한 문제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공간인 광장을 지금 누가 지배하고 통제하려 하는지의 문제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그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공의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를 배제한 체, 광화문 광장을 ‘국가상징 공간’이라 일방적으로 지칭하며 이를 강조하기 위해 조형물을 설치하려고 한다. 광장에 물리적인 조성을 시행한다는 것은 시민들이 가진 집단적인 기억을 공간상에 구축하는 행위이기에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무엇을 상징할 것인지, 어디에 기억할 것인지, 어떻게 기념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과의 사전 논의 과정 없이 설득력도 없고 명분도 없는 행정 계획을 먼저 발표했다. 이러한 ‘국가상징 공간’조성 계획은 외국에는 있는데 우리는 없다는 식의 지극히 관변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


광화문 광장은 정치인, 공무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적 공간, 사유물은 더더욱 아니다. 광장은 시민들이 언제든지 자율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행위, 자발적 참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광화문 광장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광장이라는 공간이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고 그러한 공간에서 함께 모여 공공의 일을 논의하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재 계획은, 행정 권력이 광장을 독점하는 행태임을 분명하게 말해두고 싶다. 지금의 궤적 안에서라면, 광장은 형식적이고 형태만 남은 물리적인 공간으로만 남을 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11일(목) 국가상징 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 의견을 청취하겠다면서 다음과 같이 일정을 발표했다. ‘7월 사전절차(시민의견 수렴) - 8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 8월 설계공모 - 11월 기본/실시설계 - 25년 5월~12월 착공/준공’. 약 한 달 동안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의견을 정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또한 어떤 의견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준공을 전제로 한 일정 계획을 발표했다.


기자설명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시로든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도 200여 년의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미국의 민주주의 이념을 상징하는 대표적 국가상징 공간이 됐다. 그에 비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사전 준비는 턱없이 미비하다. 그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계획의 추진 이유도 불명확하다. 따라서 광화문 광장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를 ‘국가상징 공간’ 조성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시민들과의 적극적이고 치밀한 숙의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광장이 지닌 고유의 특성과 영향력을 고려하면서, 광장 그 자체에 대한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2024년 7월 16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