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논평“정병국 위원장과 8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범에 대한 우리의 입장”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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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위원장과 8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범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지난 1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8기 예술위원 후보자 및 추천위원을 공개했다. 7일의 검증이 끝난 1월 10일 문체부는 8기 위원을 임명했고, 같은 날 예술위는 8기 위원들과 함께 임시회의를 개최해 호선으로 정병국 前 문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새해 벽두에 들려온 예술위 위원장 선출 소식은 문화예술인들을 경악하게 하는 것이었다.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인 예술위의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과제의 하나로 ‘호선제’ 복원이 선행된 것은 예술위가 민간 자율 합의 기구로 정치 권력과 상급기관으로부터 독립성·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함이다. 그런데 소위 문화예술계를 대표하여 예술위원이 된 사람들이 전직 장관에 5선의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을 기관의 수장으로 선출하였다는 것은 기가 막히는 일이다. 


위원장으로 호선된 정병국과 추천위원으로 참여한 유인촌은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것으로 확인된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문체부가 유인촌 전 장관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한 것이나, 추천위원들이 정병국 전 장관을 예술위원 2배수 후보로 추천한 것이나, 8기 예술위원들이 정병국을 예술위원장으로 호선한 것이나 모두 시대를 역행하는 부적절한 처사다. 


아니나 다를까 정병국 신임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말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진흥기금) 확충과 기금의 효율적 배분·활용을 통한 모든 국민의 문화향유였다. 아마도 추천위원들이나 8기 위원들이 정병국 위원장을 추천하며 기대하였을 법한 사유일 것이다. 문예진흥기금 재원의 안정화는 블랙리스트 사건의 후속 조치 중 가장 중요하게 권고되었던 사항 중 하나였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법제화는 전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으니 정병국 위원장에게라도 그러한 기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예진흥기금 확충은 기금 전입금 법정화를 통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을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방법을 허용하는 것은 독립적 민간 자율 합의 기구로 운영되어야 할 예술위를 문체부는 물론 정치권력에 직접 예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예술위가 블랙리스트 실행을 거부하지 못했던 커다란 이유가 정부에서 임의로 배정하는 예산 때문이었던 사실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예술위 예산 확보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의 힘과 의지에 따른 문예진흥기금 확충이 아니라, 법률의 개정을 통한 법정 예산 확충의 보장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 우리는 8기 예술위가 정치위원회가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결과는 문학 분야나 다원 분야 위원은 아예 뽑지도 않았고, 청년 위원도 뽑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당황스럽다. 7기 위원회를 구성할 당시 50대 남성 중심의 위원 후보자 일색이었다는 점이 크게 논란이 일어났었다. 이에 문체부는 문예위 위원 선임 공청회를 세 차례 열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재공모까지 진행하여 성별, 연령 등 비교적 균형 있는 예술위원회를 구성하였던 데 비하여 크게 후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블랙리스트 사건에 책임 있는 정당에서 5선의 국회의원까지 지낸 정병국 위원장이 언급한 기금의 ‘효율적 배분·활용’이라는 말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블랙리스트가 실행되던 시기였던 2015년 하반기 ~ 2016년 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모든 국민의 문화향유’는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을 배제하기 위한 명분으로서의 언어였다. 2015년 공모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어려움을 겪었던 정부가 블랙리스트 실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업구조 개편을 하면서 사용한 방법이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을 많이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폐지·축소하는 한편, ‘문화향유’ 분야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새 정부 인수위부터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자 회복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지속적으로 물어왔고 답을 기다려왔으나 아무 답도 듣지 못했다. 결국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체부가 실행한 ‘윤석열차’ 예술검열 사건이 터졌고 우리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문체부는 자신들이 지속하기로 약속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제도개선 공고화와 주관하는 표현의 자유 주간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박보균 장관이 약속한 블랙리스트 사건 피해자를 위한 체계적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되지 않았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정병국 위원장과 8기 위원회에 묻는다.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8기 위원회의 입장이 무엇인지, ‘윤석열차 사건’을 비롯하여 문화예술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는 예술검열 사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밝혀라. 그리고 블랙리스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예술위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답하라! 


우리는 새로 출범한 8기 위원회에 블랙리스트 사건의 재발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병국 위원장과 8기 예술위의 행보를 엄중히 지켜볼 것이다. 




2023년 1월 18일

70개 문화예술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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