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성명명백한 국가검열을 외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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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성명]

 

명백한 국가검열을 외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지난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이 전시되었다. ‘윤석열차‘라는 이 작품은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언론 보도설명을 통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엄연한 예술검열 행위이며,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가 문화행정 조직을 총동원해 예술인과 예술작품을 검열하고 지원 배제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재발이었다.


그런데도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경고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진정을 각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 열린 제5차 전원위원회에서 국가기관 수상작품 주최기관에 대한 후원명칭 승인 취소 등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과 관련해 ‘각하‘를 결정했다. 언론 기사에 따르면 "해당 진정 건 각하 판단은 인권위법 32조 제1항 1호(진정의 내용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따른 것"이라며, "문체부의 조치가 공모전 및 전시 종료 후 이뤄져 인권침해 해당성이 없으므로 조사대상이 아닌 것으로 봤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위의 결정에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 인권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이미 전시와 수상을 진행했기에 문체부의 사후 사건 처리는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관계자의 이러한 설명은 예술검열 및 표현의 자유 사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윤석열차 사건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문체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노골적인 협박성 조치를 운운하며 엄중 경고를 자행했을 때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사건이며, 윤석열차 작품을 만든 학생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 시점인 것이다.


특히, 문체부의 이러한 경고 조치가 제대로 수행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폭력적 행위가 이후 초래할 표현의 자유 위축이나, 문화예술계 지원사업 및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에 검열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인권위의 결정 그 자체가 바로 인권의 사각지대를 양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 인권위의 결정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예술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은 계속해 반복되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5·18 거리미술전 후원명칭 취소 사건이 있었고, 7월에는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평등전주’가 예술인들의 전시를 배제한 사건이, 8월에는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금정굴 이야기>의 방송이 불허된 사건이 있었다. 9월에는 부마민주항쟁기념식에서 연출자 및 가수 이랑의 출연을 배제한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위의 사건들과 관련해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더욱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한편, 인권위는 이번 윤석열차 사건에 대한 조사는 각하했지만, 박보균 문체부 장관 및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에게 이 건과 관련한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향후 공공기관의 다양한 공모전에서 정치적 의도 등의 심사기준으로 인해 국민의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과 관련해)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위원 11명 중 10명이 의견표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및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와 같은 의견표명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가폭력을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며, 표현의 자유 증진 및 재발 방지 대책을 공표하길 요구한다. 끝으로 우리는 불법과 폭력적인 문화행정으로 인해 한 정부가 몰락하는 걸 목격했으며, 문화예술인 역시 그 투쟁에 힘을 보탰었다. 현 정부에서는 그런 불행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3년 4월 26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