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2020구합89063.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하 문광연)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첫 변론기일이 내일, 7월 9일에 열린다) 이는 지난해 있었던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 판정에 불복하는 행위로서, 부당해고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가 지난한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문광연의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무기계약직 ㄱ씨가 해고를 당한 뒤, 이미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복직에 대한 기대를 안고 노동위원회의 시간을 견뎌냈더니, 이제는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법원의 시간을 견뎌내라고 한다. 사용자가 소송전을 벌이며 해고노동자를 이중삼중의 고통으로 내모는 이 나쁜 갑질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가. 공공기관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권익보호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상식이지만, 문광연은 기어이 악덕기업의 길을 선택했다.
무기계약직 ㄱ씨는 또한 문광연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여러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성희롱 사건은 지난해 7월 피해자들이 경찰에 가해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처음 공론화되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문광연은 2017년 사건 당시 피해사실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보호조치와 사건 해결을 위한 공적절차를 전혀 실행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공분을 샀다. 문광연은 뒤늦은 진상조사와 징계절차를 통해 가해자를 파면했지만,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기관의 책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특히 ㄱ씨가 성희롱 신고 이후 부당해고 전까지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 등의 2차 피해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보고서 내용은 참담할 따름이다. 피해자의 성격 등을 문제삼으며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이유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대목은 보고도 눈을 의심케 한다. 이런 편향적인 조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정작 피해자에게는 조사결과를 통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부당한 조사결과에 대해 어떤 이의제기도 하지 못했다. 문광연은 공론화 이후 줄곧 이런 태도로 일관했고,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 또한 끝내 약속하지 않았다. 성평등한 문화와 노동환경은 공공기관 윤리경영의 중요한 척도이자 사회적 책무지만, 문광연은 낙제점을 받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문광연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현재 문광연은 부당해고와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 책임 문제를 모두 법원에서 다투자며 대형로펌을 선임한 상황이다. 이로서 곧 이루어질 것만 같았던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먼 미래의 일이 되어버렸다. 최종 판결까지는 길면 수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소송비용을 감수하며 막막한 심정으로 법원을 오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공공기관인 문광연이 무슨 돈으로 소송비용을 치르는 지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혈세를 쓰든 사업수익금을 쓰든 공익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돈이 부적절한 용도로 쓰인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하다. 문광연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인가. 우리는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우리는 문광연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공공기관이 당장 져야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송사 뒤에 숨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무력화하는 시도는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다. 지금 문광연이 할 일은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기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광연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변화하길 바란다.
*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을 수용하고, 피해자의 원직복직을 포함한 제반조치를 이행하라! *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기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 피해자가 사건 제보 후 겪은 직장 내 괴롭힘 등의 2차 피해에 대해 추가 진상조사하라! * 소송전을 중단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ㆍ윤리적 책임을 다하라! * 성평등한 노동환경과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을 발표하라!
저는 2016년 문화ODA심포지움 담당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입사한 후,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사업을 맡아 운영하였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애정하는 직장이었고, 이곳의 일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무기계약직 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환호와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곳이야말로 제 삶의 터전이자 스스로를 발전시킬 일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일에 욕심이 많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야근 때마다 경비아저씨들과 투닥거린 기억, 퇴근을 종용하는 본부장님과의 애정어린 대화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이 건물 안에 계시는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여러분을 신뢰합니다. 갑질이 있었어도, 불쾌한 신체접촉과 은근한 권유가 있었어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묻혔어도, 괴롭힘이 사고로 이어져도, 해고가 된 이후에도 여러분에 대한 신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라면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의 사건으로 마음 아파하신 분들, 함께 눈물 흘려주신 분들의 진심을 믿습니다. 직장 내에서 의사표현이 쉽지 않겠지만, 이 사건의 해결과 대책 마련을 위한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랍니다. 2017년 성비위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을 복기하고 공유해 주십시오. 사건의 해결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마련을 요구해주십시오.
그리고 김대관 원장님께 말씀드립니다.
원장님께서는 부임 전에 발생한 성비위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장님이 부임하신 이후에도 갑질과 괴롭힘이 있었고, 40여 명이 사고로 부상을 입었으며 부당한 해고가 발생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인권/경영/헌장으로 연구원 내 인권 구현을 선언하신 바 있습니다. 하나, (우리는)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하며 적극적인 구제를 위해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안전 및 건강권을 보장한다.
김대관 원장님께 요청드립니다. 하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무기계약직원이자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갑질을 견뎌낸 생존자, 공익제보자, 부당해고 근로자 정인영을 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십시오. 하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동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주십시오.
이 두가지 요청은 원장님의 선언과 같은 내용입니다. 더이상 해결을 미루거나 재판 뒤에 숨지 마시고 선언하신 바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애정하는 동료 여러분, 목소리를 내어 주십시오. 여러분이 몸담고 계신 이곳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연대해주십시오.
[기자회견문]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규탄한다
사건번호 2020구합89063.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하 문광연)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첫 변론기일이 내일, 7월 9일에 열린다) 이는 지난해 있었던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 판정에 불복하는 행위로서, 부당해고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가 지난한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문광연의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무기계약직 ㄱ씨가 해고를 당한 뒤, 이미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복직에 대한 기대를 안고 노동위원회의 시간을 견뎌냈더니, 이제는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법원의 시간을 견뎌내라고 한다. 사용자가 소송전을 벌이며 해고노동자를 이중삼중의 고통으로 내모는 이 나쁜 갑질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가. 공공기관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권익보호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상식이지만, 문광연은 기어이 악덕기업의 길을 선택했다.
무기계약직 ㄱ씨는 또한 문광연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여러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성희롱 사건은 지난해 7월 피해자들이 경찰에 가해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처음 공론화되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문광연은 2017년 사건 당시 피해사실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보호조치와 사건 해결을 위한 공적절차를 전혀 실행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공분을 샀다. 문광연은 뒤늦은 진상조사와 징계절차를 통해 가해자를 파면했지만,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기관의 책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특히 ㄱ씨가 성희롱 신고 이후 부당해고 전까지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 등의 2차 피해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보고서 내용은 참담할 따름이다. 피해자의 성격 등을 문제삼으며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이유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대목은 보고도 눈을 의심케 한다. 이런 편향적인 조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정작 피해자에게는 조사결과를 통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부당한 조사결과에 대해 어떤 이의제기도 하지 못했다. 문광연은 공론화 이후 줄곧 이런 태도로 일관했고,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 또한 끝내 약속하지 않았다. 성평등한 문화와 노동환경은 공공기관 윤리경영의 중요한 척도이자 사회적 책무지만, 문광연은 낙제점을 받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문광연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현재 문광연은 부당해고와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 책임 문제를 모두 법원에서 다투자며 대형로펌을 선임한 상황이다. 이로서 곧 이루어질 것만 같았던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먼 미래의 일이 되어버렸다. 최종 판결까지는 길면 수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소송비용을 감수하며 막막한 심정으로 법원을 오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공공기관인 문광연이 무슨 돈으로 소송비용을 치르는 지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혈세를 쓰든 사업수익금을 쓰든 공익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돈이 부적절한 용도로 쓰인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하다. 문광연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인가. 우리는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우리는 문광연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공공기관이 당장 져야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송사 뒤에 숨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무력화하는 시도는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다. 지금 문광연이 할 일은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기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광연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변화하길 바란다.
*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을 수용하고, 피해자의 원직복직을 포함한 제반조치를 이행하라!
*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기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 피해자가 사건 제보 후 겪은 직장 내 괴롭힘 등의 2차 피해에 대해 추가 진상조사하라!
* 소송전을 중단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ㆍ윤리적 책임을 다하라!
* 성평등한 노동환경과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을 발표하라!
2021년 7월 8일
감성스터디 살롱 오후의 예술공방,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비엔날레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국립극장분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국립국악원분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국립중앙박물관분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국립한글박물관분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한국예술종합학교분회, 낭만유랑단, 노동·정치·사람, 대동사람들,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비평그룹 시각,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스페이스 빔,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 여성문화예술연합, 여성예술인연대, 연극집단 공외,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인더보더 intheBorder,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콜렉티브 뒹굴, 플랫폼C, 한국여성민우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상 29개 단체, 가나다 순)
[피해자 공개서한]
원장님, 그리고 문광연 동료 여러분
저는 2016년 문화ODA심포지움 담당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입사한 후,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사업을 맡아 운영하였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애정하는 직장이었고, 이곳의 일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무기계약직 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환호와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곳이야말로 제 삶의 터전이자 스스로를 발전시킬 일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일에 욕심이 많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야근 때마다 경비아저씨들과 투닥거린 기억, 퇴근을 종용하는 본부장님과의 애정어린 대화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이 건물 안에 계시는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여러분을 신뢰합니다. 갑질이 있었어도, 불쾌한 신체접촉과 은근한 권유가 있었어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묻혔어도, 괴롭힘이 사고로 이어져도, 해고가 된 이후에도 여러분에 대한 신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라면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의 사건으로 마음 아파하신 분들, 함께 눈물 흘려주신 분들의 진심을 믿습니다. 직장 내에서 의사표현이 쉽지 않겠지만, 이 사건의 해결과 대책 마련을 위한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랍니다. 2017년 성비위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을 복기하고 공유해 주십시오. 사건의 해결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마련을 요구해주십시오.
그리고 김대관 원장님께 말씀드립니다.
원장님께서는 부임 전에 발생한 성비위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장님이 부임하신 이후에도 갑질과 괴롭힘이 있었고, 40여 명이 사고로 부상을 입었으며 부당한 해고가 발생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인권/경영/헌장으로 연구원 내 인권 구현을 선언하신 바 있습니다.
하나, (우리는)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하며 적극적인 구제를 위해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안전 및 건강권을 보장한다.
김대관 원장님께 요청드립니다.
하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무기계약직원이자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갑질을 견뎌낸 생존자, 공익제보자, 부당해고 근로자 정인영을 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십시오.
하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동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주십시오.
이 두가지 요청은 원장님의 선언과 같은 내용입니다.
더이상 해결을 미루거나 재판 뒤에 숨지 마시고 선언하신 바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애정하는 동료 여러분, 목소리를 내어 주십시오.
여러분이 몸담고 계신 이곳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연대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