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기자회견[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6주년 기자회견] 반복되는 블랙리스트 이후 블랙리스트, 광화문광장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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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6주년 기자회견]


반복되는 블랙리스트 이후 블랙리스트,

광화문광장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일시 : 2022년11월9일(수) 11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계단


□ 사회 :박선영(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 발언 순서

정윤희(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유승하(우리만화연대)

정원옥(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전비담(한국작가회의 연대위원회 부위원장)

신민준(예술대학생네트워크)

현린(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이동민(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운영위원)

이양구(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 시국선언문 낭독

: 적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사무처장), 김봉석 (마네트), 이두찬(문화연대)


□ 이후 활동계획 발표 : 정윤희(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 퍼포먼스 : 참여자 공동 퍼포먼스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6주년_시국선언문]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반복되는 블랙리스트 이후의 블랙리스트,

광화문광장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나 지났지만, 정부 당국자 중 아무도 내 탓이라고, 내 책임이라고 나서는 자가 없다.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집권당까지 모든 책임을 일선 경찰들에게 떠넘긴 채 책임을 짊어지기는커녕 구경꾼이 되어 제 살 궁리만 찾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8년 전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이게 나라냐?”고 느꼈던 절망과 자책감이 다시금 밀려오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수도 서울 한복판 길거리에서 꽃다운 청년 156명이 압사로 사망한 이 참사에 대해 우리는, 우리가 지켜본 것이 어떤 사건이었다고 아직 말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가 조금이라도 변했다고 믿었던 것이 착각에 불과했음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6년 전인 11월 4일 광화문광장에 모여 블랙리스트 사태를 규탄하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외쳤던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문화예술행정이 무언가 조금이라도 변했다고 믿었던 것 또한 착각이었음을 냉정하게 깨닫는다. ‘10.29 참사’가 발생하고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자 문체부가 신속하게 내놓은 대책은 공연 직전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비롯하여 각종 축제를 취소하는 것이었다. 예술단체들과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는,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였다. 협의도 양해도 없었다. 공연에 참여하고 있던 예술인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애도할 시간은 짓밟혔다. 문체부는 행사와 예술을 구분하지 못했고, 방침을 전달하는 데만 신속했다. 문체부의 일방적인 각종 행사 취소 통보는 블랙리스트가 실행될 당시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행정처리가 완벽하게 다시 부활했음을 알려주었다.

 

문체부는 ‘윤석열차 만화 검열 사건’(이하 ‘윤석열차 사건’)에도 신속했다. 10월 3일, 경기신문이 ‘윤석열차’ 수상 소식을 최초 보도한 후 문체부가 이튿날 오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하였다”라며 공개 엄중 경고를 하는 데까지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승인 사항을 위반했음을 확인했고, 이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라며 후원 승인 취소 등 후속 조치를 발표하기까지는 퇴근 시간도 넘기지 않았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 타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사과를 거부하였고, “순수한 공모전을 정치 오염시킨 게 문제”라고 강변했다. 박보균 장관과 그에 굴종하는 공무원들이 문체부에 계속 있는 한 문체부는 계속해서 과거로 퇴행할 것이고, 그에 따라 문화예술현장에 대한 악영향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정감사 기간을 거치며 우리는 똑똑히 확인했다. 박보균 장관은 ‘윤석열차 사건’에 대해 아직 사과하지 않았으며, 우리 역시 ‘윤석열차 사건’을 잊지 않았다.


또 다른 물음도 있다. 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데는 그토록 신속하였던 문체부가 예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는 왜 이렇게 느려터졌는가.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생계의 위협에 처한 무수한 예술인들에 대한 이렇다 할 지원 정책은 조금도 발표되지 않았고, 창작지원금 300만 원을 받기 위해 예술활 동증명 신청을 하면 15주는 걸려야 겨우 인증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예술인복지재단의 행정이 느려졌는데도 예산이 없다, 인력이 없다 탓만 하며 문체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국회에 제출된 문체부 예산이 전년 대비 6.5%가 줄었는데도 장관은 죄송하다는 말은커녕 예술 인들을 지원하는 세부 사업 중 어느 것이 삭제될 것인지, 그 대책은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사업으로 217억 원은 신규 편성하면서 표현의 자유 주간 등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적 기억사업은 어김없이 누락했다. 9월 25일부터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었지만 권리보장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회 임기가 종료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8기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박보균 장관 취임 이후 문화예술정책이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과연 이 정부에 문화예술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수사의뢰 권고까지 받았던 자가 문체부 주최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까” 토론회(9.21.)에서 주요 발제를 하였다가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는 것이다.

 

박보균 장관 취임 이후 예술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현장 역량을 결집하기는커녕 최소한의 민관 협치 구조마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단적으로 문체부는 9월 30일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만화진흥위원회 등 6개 위원회를 폐지하였다. 공공디자인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구성·운영할 수 있는 위원회로 전환하는 한편, 「지역문 화진흥법」에 따른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관계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지역문화정 책협의회로 전환하였는가 하면,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 15개 법률을 개정하려는 법 안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과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가는 대신 공무원 관료들을 중심으로 문화예술행정을 시행해 나가겠다는 권력의 의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공무원 관료 중심의 문화예술행정 운영은 결국 과거 블랙리스트가 실행될 당시 위계적, 수직적, 독단적 행정으로 돌아가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문체부가 해야 할 일은 협치의 후퇴와 예술인 권리 침해가 아니다.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지자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예술인 권리 침해 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표현의 자유 증진, 예술인 산재보험 전면·당연 가입, 성평등 정책 등 주요 정책을 적극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예술현장과의 폭넓은 소통과 긴밀한 협조를 지속해나가야 하는데,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보이고 있는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10.29 참사’가 발생한 후 박보균 장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화예술인들과 직접 만나 현장의 안전 문제를 점검하고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몇몇 공무원들을 보내 공연장 등 안전시설을 점검하는 보여주기식 행정, 방어적인 행정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박보균 장관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박보균 장관이 문화예술정책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자 한다면 서둘러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일일 것이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유최안이 가로세로 1m 철골 구조물 속에 자신 가둔 채 한국사회에 던졌던 질문은 우리 문화예술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대로 살 순 없다고 생각한다. 2016년 11월 광화문광장에서 텐트를 치며 블랙리스트 사건과 싸웠던 우리는 문화예술 현장과 정책을 그 저 박보균 문체부에 맡겨둘 의향이 없다. 우리는 문화예술행정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문화예술현장을 공무원 관료들이 제멋대로 망치도록 두지도 않을 것이다. 노동자,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부르짖으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비롯하여 한국사회의 노동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화문광장 문화예술인 시국 선언 6주년을 맞은 우리는 문화예술인이자 시민의 일원으로서 ‘10.29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차별을 철폐하는 운동을 지지한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극복 및 재발을 막기 위한 감시와 비판, 행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광화문광장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 윤석열 정부는 ‘10.29 참사’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윤석열차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

- 우리는 아직 ‘윤석열차 사건’을 잊지 않았다,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

 



 

2022. 11. 9.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