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성명국가대표선수 해병대 강제 입소, 이기흥 체육회장은 즉각 사과하고 철회하라!!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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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선수 해병대 강제 입소, 

이기흥 체육회장은 즉각 사과하고 철회하라!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촌하기 전에 모두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게 하겠다.”

 

설마 했다.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해병대 극기훈련을 시키겠다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진행된 결산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대한체육회장 이기흥의 말이다.

 

이기흥 회장의 발언 배경이 더 놀랍다. “요즘 선수들은 새벽 운동을 안 하려고 한다. 강제적으로 하게 할 수도 없다. 이게 심화하면 인권 이야기가 나온다.” 국제대회 경기력을 새벽 운동을 안 하는 탓으로 돌리고 ‘인권 이야기’ 때문에 강제적인 훈련이 어렵다니. 선수들이 인권을 핑계로 훈련을 게을리해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소린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그저 단순한 실언이기를 바랬다. 그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웅성거리며 시대착오적인 발언에 귀를 의심했고 당사자인 선수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그러나 명백히 시대착오적이며 반인권적인 이기흥 회장의 발언은 기어이 실현되고 만다. 약 두 달 만에 국가대표 선수 400명이 오늘(12월 18일(월)) 포항 해병대 1사단에 입소하는 것이다.

 

입소자 명단에는 수영의 황선우, 육상의 우상혁과 같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심지어 대한체육회는 공문을 통해 선수뿐 아니라 협회 임원진 2명 이상을 포함하도록 종용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에 반발할 단체장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체육계에 오래 묵은 상명하복의 문화 탓이다. 불행히도 철 지난 인습을 공고히 하는 이런 실효성 없는 이벤트가 회장의 말 한마디에 실행되고 있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현실이다. 

 

해병대 극기훈련은 기본적으로 극한의 신체적인 한계를 맛보게 하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텨 끝내 적을 무찌르는 정신을 강조한다. 참혹한 전쟁터에서 군인에게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기 종목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국가대표선수들에게 해병대 DNA를 주입하겠다니? 국가대표 선수들만큼 극한의 신체적인 한계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들이 있을까?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말인가? 더구나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만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다. 내 앞에 선 상대는 밟아 죽여야 할 적이 아니라, 나와 같이 스포츠를 사랑하고 그 종목에 뛰어들어 인생을 바친 소중한 동업자이자 선의의 경쟁자라는 생각에 이른 세계적인 수준의 귀한 선수들이다. 이미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이겨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에게 실미도식 죽기살기식 강제훈련을 강요하는 셈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4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해병대 캠프 입소와 '원 팀 코리아(ONE TEAM KOREA)' 교육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원 팀 코리아. 최근 유행하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광이 술잔을 높이 올리면서 선창하는 구호가 쟁쟁하다. ‘우리는, 하나다!’ 국가대표 해병대 강제 입소를 말 한마디로 이끄는 이기흥 회장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대한체육회장의 실언으로 비롯된 시대착오적인 국가대표 선수의 집단 해병대 강제 입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대한체육회는 시대착오적인 국가대표 해병대 집단 강제 입소 즉각 중단하라.

하나, 대한체육회의 권위적인 군사문화 이기흥 회장은 즉각 사과하라 

하나, 국가대표 정신력 훈련은 선수들과 지도자, 스포츠과학자에게 맡기고 대한체육회는 지원이나 잘해라


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 제소, 국가인권위 진정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2023년 12월 18일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