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죽음의 작업장을 운영하는 쿠팡에 반대한다. 삶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쿠팡 노동자들을 지지한다.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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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작업장을 운영하는 쿠팡에 반대한다. 삶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쿠팡 노동자들을 지지한다.



미디어는 쿠팡이 신의 직장인 것처럼 포장한다. 근무 시간을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정하고,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고용되며, 대기업 정규직 부럽지 않은 임금을 제공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쿠팡의 정규직 비율은 10% 이하에 불과하며, 자유로운 근무는  커녕 절반 이상의 작업자들이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지난 2년간 열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고, 작업장 내 산재 승인 건수만 한 해 200여건을 훌쩍 넘어선다. 쿠팡은 소비자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물류·배송노동자, 자영업자를 고도로 착취하는 ‘죽음의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에 34도가 넘는 환경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혹사해야만 하는 이 지옥 작업장은 에어컨과 휴게실조차 제대로 설치되어있지 않다. 로켓배송은 소비자들에게 당일·새벽에 상품을 배달하지만, 작업장에서 쓰러진 노동자는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병원에 이송된 후 숨을 거뒀다. 로켓배송은 쿠팡에게 부와 궁전을 안겨다주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질병과 무덤을 안겨준다. 


21세기에 등장한 이 19세기 식 산업공장의 지옥도는 작업장 바깥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다. 쿠팡의 커머스 플랫폼은 가장 낮은 제품가를 등록한 상품 판매자에게 노출효과를 몰아주는 ‘아이템위너’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승자독식 시스템은 과도한 가격경쟁을 조장해 중소 업자들의 출혈을 정당화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현저히 침해한다. 요식 배달업계의 공룡이 된 쿠팡이츠는 더욱 심각하다. 쿠팡이츠는 배달노동자를 특수고용 형태로 고용하며, 교통사고와 배달지연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배달노동자들이 지도록 하는 플랫폼노동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한 배달노동자들에게 단건 강제배차, 알고리즘 배차, 등급제 등 정보기술을 적용해 극한의 착취를 강요한다. 30~40%로 책정된 최소수수료는 자영업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배달료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긴다. 자영업자들은 고객들의 별점 컴플레인과 환불요구에 대응할 수단이 전혀 없으며, 이로 인해 음식점주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쿠팡이츠의 별점 및 평가 시스템은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아닌 감시를, 정보기술의 노예화를 야기한다. 자동배차와 등급제는 배달노동자를 무인드론이나 로봇처럼 다루면서 모든 책임을 각자에게 떠넘기는 악랄한 감시기술이다. 지금도 도로 위에서는 배달노동자들이 등급에 연연하며 목숨을 걸고 배달하는 중이다. 음식점주들은 별점과 평가, 쿠팡 본사의 압박에 포박당한 채 죽어간다.   


이제 이런 죽음의 작업장은 사라져야 한다. 상품이 로켓처럼 빨리 집 앞에 도착하는 만큼 노동자들의 수명도 빨리 줄어든다. ‘사회적 공장’ 이 되어가는 쿠팡의 부조리에 대항해 시민과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쿠팡은 에어컨과 휴게실을 설치해달라는 한 물류노동자의 절규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이는 생명과 존엄을 유지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지, 부당한 요구가 아니다. 결사하는 노동자들을 방해하거나, 쫓아내서도 안 된다. 물류노동자와 운송노동자, 배달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은 기계 부품이나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다. 이들은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갈 수 있어야 하며, 휴대폰을 소지할 수 있어야 하고, 몸에 이상이 발생하면 즉각 병원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정당하게 고용되어야 하고 생존과 집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모든 사업 부담과 위험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플랫폼 시스템을 시민사회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쿠팡의 19세기식 작업장 운영 및 플랫폼 노동에 반대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쿠팡 노동자들을 지지한다.



2022년 7월 20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