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예술청 죽이기를 멈추고, 서울의 문화 거버넌스 확대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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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예술청 죽이기를 멈추고, 

서울의 문화 거버넌스 확대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거버넌스로서 ‘서울문화예술포럼’의 출범을 알리는 행사를 9월 7일에 시민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초 이창기 대표의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3대 전략, 10대 혁신안’을 통해서 이미 서울문화예술포럼의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발표에 의하면 서울문화예술포럼은 “문화예술 분야(장르)별로 역량 있는 문화예술 전문단체, 각 장르별 협회, 오피니언 리더, 예술가들과 함께 문화예술계 주요 이슈와 트렌드를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로서 ‘예술인 新거버넌스’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굳이 ‘예술인 新거버넌스’라는 표현을 썼을까 이다. 새로운(新) 거버넌스라는 표현은 이미 기존의(舊) 거버넌스가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기존의 거버넌스의 한계나 문제점을 극복하고 더 나은 방식의 거버넌스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서울문화재단의 발표자료에는 서울의 문화예술현장과 서울문화재단이 해온 기존의 거버넌스에 대한 진단이나 평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새로운 거버넌스를 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재단 측이 설명한 서울문화예술포럼의 활동으로 ‘함께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것들만을 거버넌스라고 하지는 않는다. 거버넌스는 특히, 민과 관이 함께하는 거버넌스는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함께 논의하고 의견수렴하는 방식은 자문회의나 위원회 방식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서울문화재단이 말하는 서울문화예술포럼의 新거버넌스는 전혀 새롭지 않으며, 거버넌스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 7월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예술청의 공동운영 주체들과의 협의 없이, 예술청의 지위를 격하시키고 거버넌스 파트너로 활동해온 담당자들 다수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203곳의 문화예술단체와 705명의 예술인은 예술청이라는 거버넌스 구조를 무너뜨리려는 것임을 밝히고, 문제해결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론화를 여러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아무런 답변과 대화를 응하지 않고 있다.


예술청에 대한 파행 사태에 대한 해결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겠다는 이창기 대표의 구상은 과연 서울문화재단이 문화예술 거버넌스 확대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예술청에서는 지난 몇 달간 거버넌스를 주제로 연속 포럼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 서울문화예술포럼 출범식 일정을 예술청에서 진행하는 거버넌스 3차 포럼의 일정과 겹치게 잡았다는 사실은 예술청을 통한 거버넌스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의 문화예술 거버넌스는 문화예술현장과 공공의 소통와 협력의 노력,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상호신뢰와 공감대를 통해서 발전해왔다. 그런 점에서 거버넌스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거버넌스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참여하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 현재 서울문화재단과 이창기 대표가 진행하려고 하는 거버넌스 정책에 심각한 우려가 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지점이다. 서울문화예술포럼과 같은 공개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된 서울문화예술포럼은 거버넌스도 아닌 그렇다고 새롭지도 않은 그저 토론장에 불과하다.


만약 예술청과 같은 기존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그 지점을 진단해서 개방적인 의견수렴과 논의 과정을 통해서 푸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야 말로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진정한 의미에서 거버넌스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폐쇄적이고 반민주적인 방식의 예술청 죽이기를 멈추고, 다양한 문화예술주체들과 함께 서울의 문화 거버넌스 확대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시작할 것을 바란다.


2022년 9월 7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