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문화예술계와 체육계 #Me Too, #With You는 계속되어야 한다

문화예술계와 체육계 #Me Too, #With You는 계속되어야 한다
문화연대가 3.8.세계 여성의 날을 함께하며 


'#Me Too와 #With You를 지지하던 당신들에게 안녕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3월 3일 대학로에 대자보가 붙었다. 공연예술계에서 폭로된 성폭력-성추행 사태로부터 1년 뒤인 현재, 가해자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현장에 복귀하고 있음을 규탄하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Me Too(나도 고발한다. 이하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2014년 빙상계와 2016년 문화예술계에서도 성폭력-성추행 가해자들에 대한 잇따른 징계와 사과가 있었으나, 가해자들이 문제 해결과정 없이 현장에 복귀했다. 그 악순환의 고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안근태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만연한 성범죄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 사회 많은 곳에서 미투가 이어졌고, 시민들은 온라인 공간과 수많은 집회를 통해 연대했다. 정부 부처와 각 관련기관들은 뒤늦게 공론의 장을 만들며 제도 개선 대책을 발표하기 바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정작 현장에서는 피해자와 생존자가 지워지고 가해자는 버젓이 얼굴을 내비치는 모순적인 상항이 벌어지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로 지칭되는 거물급 유명 인사의 공개적인 수사와 처벌 양상과는 다르게, 유명세가 덜한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Me Too와 #With You는 현재 진행형인 채 지금 이 시각에도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당연하듯 무표정하게 현장으로 돌아오는 가해자과 방관자들을 마주하고 있다. 성범죄 근절을 위해 가해자 처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현재의 구조와 제도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더불어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처럼 여성주의에 기반을 둔 전반적인 사회개혁을 위해 우리 모두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성범죄의 심각성은 폭력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폭력이 제도의 일부이자 일상화된 조직 문화라는 사실에 있다. 그러므로 사회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권력을 쥐고 있는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와 이성애 중심적인 성차별 구조를 철폐하고 각자의 서로 다른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연대하는 것이다. 또한, 성폭력 문제는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력의 문제”이며,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젠더의 문제설정에서 접근하는 사회적 폭력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심정적 지지를 넘어 실질적인 대응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서야 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너무나 미진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서는 145건이 넘는 미투 법안 중 35건만이 통과된 상태이고, 정부 전체 예산 중 미투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예산은 0.01%(약 403어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앞다투어 미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말뿐이고 여전히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의 선수에 인권 침해와 성폭력 사태로 인해 일상화된 체육계의 성폭력-폭력 문제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연대는 체육계 민간단체들과 함께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만들고, 체육 현장과 선수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대위는 미투 운동이 실마리가 되어 체육계의 특성상 드러나기 어려웠던 실상들을 사회적 문제로 제기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1년 전 수많은 사람들의 미투가 위드유로 번져 지지자들을 일깨웠고, 그 경험은 이제 횃불이 되어 낡고 부패한 카르텔을 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빈번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사회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의지와 실천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를 더욱 북돋아야 한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견고한 침묵의 카르텔을 체육계와 같은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하루빨리 깨뜨려야 한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는 현장의 구호처럼 성폭력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가 구조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권리’를 중심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귄리에 대한 이해 없이 형식적이고 수동적인 보호 조치들로 인해, 피해자 개인이 오히려 모든 것을 담당해야 하는, 아무렇지 않게 성폭력과 2차 가해가 재생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피해자다움"이 강조되고 적극적인 법제도적 대응이 힘들어지는 환경 자체를 타파하기 위한 피해자 권리 지원과 제도개선이 구체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문화연대 역시 문화예술계 및 체육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위계 및 전근대적인 조직 문화, 그리고 이를 조장하고 보호하는 기득권 구조에 맞서서 #Me Too 폭로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우리가 세상을 바꾸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계기로써 “#Me Too, #With You”의 장이 되길 바란다.


2019년 3월 7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