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주간논평]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

20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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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

 

애초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서울역 역사 내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가 3주일 연기된 8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당장에 우려되었던 사태는 피했지만, “20년 이상의 고객 민원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서울역 측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8월 22일 다시 한 번 서울역 측이 고용한 용역들에 의해 노숙인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역 측이 밝히는 강제퇴거 조치의 이유는 ‘서울역 이용객들의 민원’이다. 물론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나 의견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서울역 측의 이번 ‘강제퇴거’ 조치는 노숙인 문제의 원인이나 현실을 무시한 처사일 뿐 아니라, 노숙인을 마치 ‘환경미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노숙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홈리스행동> 등의 단체에서 이미 지적한 대로 혹서기와 혹한기의 환경은 거리노숙인들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이며, 매년 서울지역에서만 300면의 노숙인들이 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하며, 최소한으로 신체를 보존할 수 있는 서울역에서조차 쫓겨난다면 노숙인들의 사망 위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의견이다. 서울역 측이 마치 환경미화처럼 노숙인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겠다는 발상은, 일부 민원은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노숙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인 것이다.

이런 우려지점을 고려한 듯, 서울시는 서울역에서 퇴거하는 노숙인들을 인근의 상담보호센터와 쉼터로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상담보호센터가 이미 취침 공간 이외의 곳까지 잠자리로 활용하고 있을 만큼 포화상태이며, 쉼터 또한 부족한 숫자와 함께 열악한 설비 등의 문제로 인해 원활한 입소가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서울시의 대책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숙인 문제는 결국 거리노숙인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빈곤과 사회적 배제와 같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은 간과한 채, ‘민원 해결을 위해’ 노숙인을 눈에 보이지 않게끔 강제퇴거시키겠다는 발상이 공공역사인 서울역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히려 공공역사인 서울역은 응급의료시설, 응급숙박시설, 상담소 등 거리노숙인의 급박한 상황을 돕고, 이를 복지지원시스템과 적극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나 중앙정부 또한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으로 노숙인들의 탈노숙과 지역정착이 가능하게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숙인 문제의 해결은 그들의 삶에 대한 긍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최소한의 치료와 주거 등이 해결되는 상황에서 노숙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채 탈노숙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공역사는 이런 사회적,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좋은 장소,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역과 서울시는 노숙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강제퇴거 조치를 철회하고 노숙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2011년 8월 11일(목)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