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4차 민사소송 1심 변론 종결에 부쳐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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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민사소송, 엄중한 판결을 요구한다.

- ‘블랙리스트 4차 소송’ 1심 변론 종결에 부쳐


2016년 겨울, 문화예술인들은 찬바람 부는 한겨울 광화문에서 말 그대로 풍찬노숙을 했다. 청와대, 국정원 등과 같은 국가 기관이 주도적으로 문화예술계 인사 및 시민 만여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이 특검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작품 활동과 생각이 검열당하고 있다는 의심과 정황들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는 국가기관이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와 인격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침해한 불법 행위였다. ‘블랙리스트’로 인한 작품활동 방해나 차별적 배제 등 구체적 피해 사례가 추가되는 가운데 문화예술인들은 자신들을 배제하고, 혐오했던 정부와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했다.


2017년 국가의 폭력적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시행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 원고들을 모집하여 소송(1~3차 세 차례에 걸쳐 모집)을 진행했다. 2020년에는 4차(2020가합576701)까지 추가로 원고를 모집하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민사소송은 그렇게 4년을 지나 5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제보센터를 만들어 제보를 받았으며, 문화예술계(민간)와 법조계, 정부가 공동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사태를 조사했었다. 그 결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발행하고 박근혜 정부 당시의 악행 등을 기록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작성의 핵심 주체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유죄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사유인지 소송 관련한 재판은 지지부진하다. 1~3차 민사 소송은 기일도 잡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한 형사 재판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직접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은 또 다른 핵심 범죄인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국가 폭력의 가해 사실과 우리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진심어린 반성과 성찰 없이 다시금 문화예술계로 복귀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과 공론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화예술계 국정농단의 핵심 세력이었던 안호상 전 국립중앙극장장을 다시금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내정하면서 가해를 상기시키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호상 사장 임명이)부적격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라는 막말로 블랙리스트 사태의 중요성과 정치적·사회적 의미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둘러싼 이와 같은 여러 문제 상황들이 발생하는 와중에 4차 소송은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26일(금) 1심 재판의 마지막 공판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날 정부의 소송대리인은 여전히 백서에 기재된 문화예술인과 원고가 동일한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변론을 제출했다. 이는 그들 스스로 백서에 명시된 피해자들의 존재를 모른 척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에 대한 청구에 관해서도 이미 세상에 알려진 지원사업 배제 등의 행위를 부정하는 내용을 반복하며, 우리의 피해와 고통을 다시금 추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월 24일(목) 청주지법에서 충북민예총이 제기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소송은 국가 배상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 사실은 불명확하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같은 선례가 있음에도 문체부와 정부의 소송대리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왜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에 반성하지 못하고, 재심을 요청할 빌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우롱하고 있는가?


길어지고 있는 싸움에서 문화예술인들은, 국가 폭력 실태를 재차 고발하고 우리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피켓을 들고 법원 앞에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갔다. 오세훈 서울시정이 행하는 이 무지한 행위에 저항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기도 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우리들의 외침을 똑바로 마주하여 우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준엄하고 정의로운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더불어, 진행되지 않고 있는 민사소송 1~3차에 관해서도 속도를 내야 한다. 충북민예총의 민사소송 역시 지난해 1월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지연된 이후 그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법원은 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가?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피해를 법적으로 입증하고, 정부 및 당시 책임자들의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아직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블랙리스트 사태를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4차 소송 변론 종결 이후 내년 1월 21일(금)에 진행하는 4차 소송 판결 선고는 우리가 바라는 법리적 요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처럼 사태 해결 및 재발방지를 위해 더디지만 한 발씩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1~3차 1심 소송 또한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조속히 속행돼야 한다. 재판부는 이유 없이 기일을 연기하지 말고 블랙리스트의 위법성과 불법 행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문화연대는, 국가가 주도하여 저지르는 범죄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수많은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2021년 11월 30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