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기자회견창작자의 정당한 보상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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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정당한 보상 업데이트 중, K콘텐츠만 대책 없다.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 저작권법 개정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K콘텐츠의 영광.

플랫폼은 창작자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

 

대한민국의 영화/영상물 창작자들은 저작자이지만 저작권이 없습니다. 저작권법 제100조 영상물 특례법에 의해, 영상물 창작자의 저작권은 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저작권 양도를 추정하는 저작물은 오직 영상물 뿐입니다. 저작권법이 영상창작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끊임 없이 이 문제의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언제나 ‘산업부터 살리고 보자’, ‘파이가 커지면 나눠줄 게 생길 것’이라는 논리에 밀려 희생을 강요 당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2021년, <오징어 게임>이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전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넷플릭스가 이 작품으로 1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는 비공식 자료가 전해졌지만, 이가 빠질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며 작품을 만들어낸 황동혁 감독은 저작권이 없어 정확한 수익 분배를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 부조리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작년 여름, 한국을 대표하는 천만영화 감독들이 국회에 모였습니다. 200명이 넘는 현역 감독들도 함께였습니다. 영상 창작자들도, 출판 작가나 음악 창작자들처럼, ‘자신의 작품이 이용될 때마다 작은 수익이라도 분배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입을 모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이, ‘저작권을 양도한 영상창작자가 영상물의 최종공급자로부터 수익에 비례하여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하였습니다. 기존의 제작, 유통 구조를 흔들지 않으면서, 더도 덜도 없이 자기 작품이 이용된 만큼만, 창작자에게 투명하게 수익을 분배할 수 있도록, 해외법을 참조하여 우리 현실에 맞게 고안된 법안입니다.

 

법안 발의 당시 쏟아진 언론의 관심과 여러 의원들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해당 법안은 국회 내에서 수차례의 토론회와 간담회, 문체위 공청회를 거쳤고, 문체부가 발주한 해외 법제 연구와 산업 영향 평가 연구까지, 영상업계 내 의견수렴 간담회를 거쳐 발간하였습니다. 제정법도 아닌 개정법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다양한 논의 절차를 거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문체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이 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한민국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K콘텐츠 창작자들의 정당한 보상에 대하여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대한민국 저작권법이 해외에서 보장하는 한국 창작자들의 저작권료를 국내로 가져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데, 국민의 재산권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렇게 많은 토론회와 공청회, 연구보고서 발간은 그저 겉치레식 생색내기였습니까. 무엇이 두려워 모든 준비를 마친 법안에 대한 심의를 미루고 있습니까.

 

짐작컨대,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오티티는 다 망한다’고 주장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국내 플랫폼 기업들, 살아남아야 합니다. 글로벌 플랫폼만이 한국 시장을 독점 지배하는 것은 우리 창작자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이야말로 두터운 창작자 풀 없이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할 수 없지 않습니까. 창작자들이 고사하고 있는 상황은 통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동료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질 않습니다. 승자 독식의 희망 고문으로는 창작 생태계를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국회와 정부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지금은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또한 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콘텐츠 산업을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초국적 디지털 플랫폼의 출현은 전세계 영상 산업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국가 단위의 문화, 사회적 기반하에서 유통되던 콘텐츠들은, 이제 국경 없이,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방침에 따라, 소개되고, 소비됩니다. K콘텐츠의 성공이 글로벌 플랫폼에 빚진 것이라 생각하는 시각도 바로 이러한 변화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 생산국들은 초국적 플랫폼의 지배력에 대항하여 창작자를 보호하고 자국의 문화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이미 찾아냈습니다. 바로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권’을 법과 제도를 통해 강화하는 것입니다. 2019년 유럽 의회는 ‘디지털 단일시장(DSM)에서의 저작권 지침’을 통과시켰고, 2022년까지 모든 EU 국가가 이에 따라 자국법의 개정을 마쳤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저작권법 개정이 시작된 남미에서도 글로벌 플랫폼들과 협상을 마치고 보상금을 지급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최근 할리우드의 작가노조와 배우노조가 60여년 만에 동반 파업을 단행했지요. 그들이 ‘역사적 소명’이라 부르며 쟁취하고자 하는 것 역시, 창작자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이용 정보를 공유 받고, 그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분배 받는 시스템을 합당한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2023년 현재, 전세계 콘텐츠 문명국 중에서는 오직 한국만이,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0에 수렴하는 상태로 방치한 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중입니다. 연간 8700 억원 규모의 국제 저작권료 시장에는 진입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말입니다. 국부가 실시간으로 유실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와 국회에서 K콘텐츠 진흥을 위해 해외 투자 유치, 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계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두 손 들어 환영합니다. 이참에 한국 플랫폼에 대한 세제 혜택,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 주십시오. 창작물이 소비자를 만나 실제로 이용되는 곳에서, 작품이 이용된 만큼, 투명한 수익 분배가 이뤄질 때 비로소 건강한 창작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것이 우리 주장의 핵심입니다. 수익 분배를 담당해야 할 방송국, 오티티, 플랫폼들이 이 제도를 수용할 수 있게 통 큰 인센티브를 주십시오. 창작자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플랫폼이 사업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 플랫폼을 지원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십시오. 창작자와 플랫폼은 영상 산업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소중한 파트너입니다. 우리는 콘텐츠 산업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플랫폼의 어려움을 듣고 협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성일종, 유정주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플랫폼 업계와 창작자가 마주 앉아 상생 방안을 도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코 창작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플랫폼을 망하게 할 수 있는 생사여탈권을 부여하는 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창작자는 저작권자가 아니고 권리가 없는 창작자와 협상에 임할 사업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체위 의원님들께 간청합니다. 진지하게 법안 심의를 시작해 주십시오. 법안 수정이 필요하면 제안해 주십시오. 귀를 열고 듣겠습니다. 의심스러운 게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찾아 뵙고 설명드리겠습니다.

 

각당 지도부에 간청합니다. 창작자들을 직접 만나주십시오. 우리와 만나 저작권법 개정, 그 이후의 정책을 논의해 주시고, 플랫폼과의 사이에서 적극적 중재자가 되어 주십시오. K콘텐츠 발전을 위해 더 큰 미래를 그려주십시오.

 

모든 국회의원에게 간청합니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창작자 권리 보호의 최저선입니다.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십시오. K콘텐츠의 지속 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아 주십시오. 지금의 영광이 화양연화가 되지 않게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용해 주십시오. 역사가 기억할 것입니다.


2023년 8월 14일

 

DGK(한국영화감독조합), SGK(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사)한국독립PD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한국영화조명감독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창작자연대 창공(준), 웹툰작가노동조합,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사)오픈넷,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