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성명원주시는 시민과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폭력적 행정을 중단하라.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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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는 시민과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폭력적 행정을 중단하라.

 

지난 8월 29일 새벽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에 철거 및 경비 용역 수십 명을 투여해 아카데미극장에 가림막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극장 앞 버스정류장과 펜스 사이에 끼인 시민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등 매우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원주시의 이러한 폭력적 행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에도 수십 명의 용역과 경찰기동대를 대동한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을 지키고자 모인 시민들을 불법 채증하거나 밀쳐 멍 들게 만들고, 타박상을 입히는 등 물리적 폭력을 자행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공권력의 횡포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이미 다수의 단체와 시민들은 원주시의 폭력적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주시소상공인연합회 등 철거를 찬성했던 원주지역 단체들 역시도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원주시민들은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철거에 반대하고 있으며, 또 많은 문화예술인도 지난 7월 폭력적 행정으로 주민과 공개적인 논의 한번 없이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 8월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지역근대문화유산 보호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 모두는 원주시의 폭력적 행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문화재 및 건축학 전문가들 역시 원주아카데미극장에 대한 근대문화유산 등록이 필요함을 논했었다.

 

특히, 철거작업 시작 전날(28일) 천주교 최기식 신부와 김진열 전 상지영서대 총장은 원강수 시장과의 면담에서 8월 8일 물리적 충돌과 사고위험을 언급하며 대화와 토론을 요청했지만, 원 시장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금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문화연대는 이러한 원주시의 폭력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이미 많이 언급됐지만, 건축학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공간이다. 그리고 원주아카데미극장을 지키기 위한 원주시민들의 그간 활동은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었으며, 그 하나로도 많은 이야길 담고 있고, 더 많은 이야길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며, 그 자체로 공동체이다. 이런 공간을 철거하기 위해 새벽부터 권력을 남용해가며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자행한 원강수 시장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원주시는 지금이라도 철거절차를 중단하고, 시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건물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위한 외부 감정 및 문화재청의 문화재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만 한다.

 

한편, 우리는 이번 원주시의 폭력행위에 있어서 문화재청 역시도 원인제공에 공범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많은 시민사회와 연구자들은 문화재청의 성실한 행정절차를 요구했었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이미 2021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에 선정돼 문화재청장상을 받기도 했으며, 또한 202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국비 30억 원, 도비 9억 원 등 총 39억 원이 배정되는 등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문화재청은 원주시의 협조가 없으면 문화재 조사 진행이 어렵다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만약 지금처럼 원주시가 폭주를 해 건물에 손상이라도 간다면 그 이후 복원이 불가능한 상황에 가장 큰 비난은 바로 문화재청에 향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적인 사항이 아님에도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며 방관하고 있는 문화재청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중재하고,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설치된 펜스 뒤로 보이는 극장이 다시금 시민들에게 돌아오고, 불 꺼진 상영관이 다시금 빛을 밝힐 때까지 원주시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며, 원주아카데미 극장 외에도 낡았다는 이유로 개발을 명목으로 훼손될 많은 문화공간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3년 8월 30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