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서울시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실시한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을 발표한 이후, 이를 둘러싼 사회적 공론이 부수적인 쟁점과 가십성 논란에 매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옮기는 문제로 논란이 일었고, 뒤이어 정부서울청사 앞뒤 공간 활용을 놓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경전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GTX-A 노선이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에 포함되자 난색을 표명했고, 종로지역 주민들은 시위(집회)의 증가와 자영업 곤란을 이유로 집단 반대행동에 나섰다. 서울시는 때늦게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적으로 설계가 확정될 거라고 밝혔지만, 뒤이어 해당 국제설계공모 당선자에게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을 의뢰하는 수의계약을 진행하면서 진의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촛불혁명'의 상징적 장소라는 시민들의 공감대에 힘입어 출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은 그 시작부터 정작 중요한 '시민'은 각종 논란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우선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의 중요한 문제점은 절차에서 드러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앞두고 주인인 시민들의 의견을 담겠다며 시민 100명을 위촉해 ‘광화문시민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1월 21일 국제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단 한 차례의 모임도 갖지 않았다. 결과 발표 이후 개최된 총회가 광화문시민위원회를 만든 뒤 첫 번째 시민모임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국제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밑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은 시민이라고 공언했으니, 시민은 또다시 관이 주도하는 사업의 들러리로 장식된 셈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에서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교통에 대한 관점과 대책이 함량 미달인 점도 문제다. 국제설계공모시 설계안에 영향을 미치는 지침서(가이드라인)에는 교통에 대한 관점과 중요 정보가 부실했고, 형식적이었던 광화문시민위원회에서조차 교통 관련 분과는 없었으며, 실제로 당선작에는 시민의 삶과 밀접한 교통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고려가 담기지 않았다. 조감도만 주어진 상황에서 서울시가 향후 어떻게 교통문제를 접근하고 다룰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 한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던 GTX-A노선의 광화문복합역사 계획이 포함된 것도 의아하다. 광화문역과 시청역,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까지 더해 총 5개 노선을 품고 초대형 지하공간을 만든다는 것인데 실제 완공까지 들어갈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지하공간 개발은 사업비 문제로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광화문광장 재조성 목적은 치장일 뿐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을 위해 또 하나의 대규모 상업시설이 될 것이 뻔하다. 서울의 중심공간에 다시 한번 대규모 공사를 감행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은 시민들 스스로 광장의 가치를 증명했던 ‘촛불집회’일 것이다. 물리적 환경은 단지 거들 뿐, 광화문광장이 광화문공원이 아닐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권력과 민주주의가 뚜렷한 상징으로 각인되었기 때문 아니던가.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롭게 들어서는 상업시설이 아니라 촛불집회로 상징되었던 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일상으로 녹아드는 광장문화다. 서울시는 광장문화에 대한 고민은 생략한 채 광화문광장 활성화라는 편리한(?) 이유를 들며 GTX-A노선 신설과 지하공간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데, 이는 광장의 본질을 왜곡 축소한 채 대규모 상업시설로 시민들을 유인하겠다는 구상일 따름이다. 더구나 광화문광장을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 요량이라면 이 역시 한심한 구태다.
광화문광장은 광장인가. 공원인가. 관광상품인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에서 또다시 방향 잃은 대규모 토건사업의 향기가 풍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의 목적을 “광화문광장이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벗고 역사성을 간직한 국가 상징 광장이자 열린 일상의 민주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볼 때 목적과 과정, 결과가 상호 모순적으로 드러나는 전시성 사업의 전형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에 공고해서 불과 3개월 만에 발표한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그리고 아이디어와 조감도뿐인 당선작을 앞세워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 사업이야말로 진짜 광장으로 나와 보다 긴 숙의와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리적 환경 조성만큼이나 민주적이고 일상적인 광장문화의 정착에 대한 사려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선 안된다.
2019년 4월 12일
문화연대
지난 1월 21일 서울시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실시한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을 발표한 이후, 이를 둘러싼 사회적 공론이 부수적인 쟁점과 가십성 논란에 매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옮기는 문제로 논란이 일었고, 뒤이어 정부서울청사 앞뒤 공간 활용을 놓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경전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GTX-A 노선이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에 포함되자 난색을 표명했고, 종로지역 주민들은 시위(집회)의 증가와 자영업 곤란을 이유로 집단 반대행동에 나섰다. 서울시는 때늦게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적으로 설계가 확정될 거라고 밝혔지만, 뒤이어 해당 국제설계공모 당선자에게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을 의뢰하는 수의계약을 진행하면서 진의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촛불혁명'의 상징적 장소라는 시민들의 공감대에 힘입어 출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은 그 시작부터 정작 중요한 '시민'은 각종 논란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우선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의 중요한 문제점은 절차에서 드러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앞두고 주인인 시민들의 의견을 담겠다며 시민 100명을 위촉해 ‘광화문시민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1월 21일 국제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단 한 차례의 모임도 갖지 않았다. 결과 발표 이후 개최된 총회가 광화문시민위원회를 만든 뒤 첫 번째 시민모임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국제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밑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은 시민이라고 공언했으니, 시민은 또다시 관이 주도하는 사업의 들러리로 장식된 셈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에서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교통에 대한 관점과 대책이 함량 미달인 점도 문제다. 국제설계공모시 설계안에 영향을 미치는 지침서(가이드라인)에는 교통에 대한 관점과 중요 정보가 부실했고, 형식적이었던 광화문시민위원회에서조차 교통 관련 분과는 없었으며, 실제로 당선작에는 시민의 삶과 밀접한 교통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고려가 담기지 않았다. 조감도만 주어진 상황에서 서울시가 향후 어떻게 교통문제를 접근하고 다룰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 한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던 GTX-A노선의 광화문복합역사 계획이 포함된 것도 의아하다. 광화문역과 시청역,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까지 더해 총 5개 노선을 품고 초대형 지하공간을 만든다는 것인데 실제 완공까지 들어갈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지하공간 개발은 사업비 문제로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광화문광장 재조성 목적은 치장일 뿐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을 위해 또 하나의 대규모 상업시설이 될 것이 뻔하다. 서울의 중심공간에 다시 한번 대규모 공사를 감행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은 시민들 스스로 광장의 가치를 증명했던 ‘촛불집회’일 것이다. 물리적 환경은 단지 거들 뿐, 광화문광장이 광화문공원이 아닐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권력과 민주주의가 뚜렷한 상징으로 각인되었기 때문 아니던가.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롭게 들어서는 상업시설이 아니라 촛불집회로 상징되었던 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일상으로 녹아드는 광장문화다. 서울시는 광장문화에 대한 고민은 생략한 채 광화문광장 활성화라는 편리한(?) 이유를 들며 GTX-A노선 신설과 지하공간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데, 이는 광장의 본질을 왜곡 축소한 채 대규모 상업시설로 시민들을 유인하겠다는 구상일 따름이다. 더구나 광화문광장을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 요량이라면 이 역시 한심한 구태다.
광화문광장은 광장인가. 공원인가. 관광상품인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에서 또다시 방향 잃은 대규모 토건사업의 향기가 풍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의 목적을 “광화문광장이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벗고 역사성을 간직한 국가 상징 광장이자 열린 일상의 민주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볼 때 목적과 과정, 결과가 상호 모순적으로 드러나는 전시성 사업의 전형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에 공고해서 불과 3개월 만에 발표한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그리고 아이디어와 조감도뿐인 당선작을 앞세워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 사업이야말로 진짜 광장으로 나와 보다 긴 숙의와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리적 환경 조성만큼이나 민주적이고 일상적인 광장문화의 정착에 대한 사려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선 안된다.
2019년 4월 12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