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황희 신임 문화부장관 취임에 부쳐 ― 문재인정부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

2021-02-23
조회수 2683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에 부쳐

“지금이 문재인정부가 문화예술인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지난 2월 15일 문재인정부의 세 번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이자 마지막 장관이 취임했다. 황희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코로나 위기 극복’, ‘문화 뉴딜을 통한 문화 생태계의 빠른 회복’, ‘국민과 소통’을 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그리고 문화부의 비전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문화강국으로 도약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황희 신임 문화부 장관의 취임에 부쳐 “지금이 문재인정부가 문화예술인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앞으로 1년, 황희 장관은 문재인정부가 스스로 자임했던 ‘촛불정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과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문화예술인들이 광장을 점거하며 직접 특검을 찾아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두 명의 전‧현직 문화부 장관(김종덕, 조윤선)을 구속시켰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했던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과 ‘문화행정 혁신’이라는 약속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1호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국정과제1)을 설정했었고 문화부와 관련하여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국정과제67),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국정과제68)’,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 및 세계 속 한류 확산’(국정과제69),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활기찬 나라’(국정과제72), ‘관광복지 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국정과제73) 등의 국정과제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시간이 불과 1년 정도 남은 지금, 문화예술 현장은 변하지 않는 문화부의 관료주의 행정, 문화정책에 대해 무관심한 문재인정부 앞에서 실망을 넘어 냉소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피해자들은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해 어느새 50여일이 지났고, 문재인정부와 여당이 굳게 약속했던 <예술인권리보장법>은 몇 년째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표류하다 길을 잃었다. 문재인정부의 대표 정책사업인 <법정 문화도시 사업>은 문화부 관료들의 줄 세우기와 행정 편의주의 속에서 지역문화 현장에 대한 과열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문재인정부의 법정 문화도시 사업 실무 담당자는 지역문화진흥원의 비정규직 1명에 불과하며, 심지어 문화부는 소속기관인 지역문화진흥원을 공모를 통해 사업주체로 선정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체육계 개혁은 제자리를 맴돌며 ‘성폭력’과 ‘학폭’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만 확산하고 있다. K-방역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비롯하여 재난사회에 대한 문화적 접근은 찾아보기 힘들고, 문화부의 엉뚱한 추경사업과 전시행정(불과 몇 개월 만에 현장 예술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공공미술사업 800억 원의 사례처럼) 속에서 현장 예술인들의 생존권은 노골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이에 황희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문화부 장관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화예술 생태계의 실질적인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첫째, 문화부 스스로가 수립했던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사항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의 협력을 통해 <예술인권리보장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문화부와 전문기관들 사이의 자율협약 체결, (가칭)국가예술위원회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위한 회복 사업 지원 등을 이행해야 한다. 

둘째, 코로나 이후 심각한 생존권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긴급 지원을 집행돼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긴급 지원은 기존처럼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사업의 실행’, ‘업계 중심의 소비 증진 사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람’과 ‘창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방식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부의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판단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셋째, 대규모 재원이 투입될 ‘K-뉴딜’ 사업에 대한 문화적, 예술적 접근이 시급하다. 

현재까지 문재인정부가 강조한 K-뉴딜에는 문화와 예술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말로만 창조경제, 4차산업혁명 등을 외칠 것이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 관점에서 뉴딜사업의 전면적인 개입과 재구성이 필요한 때다. 변화된, 미래의 사회구조에 조응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새로운 재원 조성이 K-뉴딜을 계기로 마련돼야 한다. 

넷째, 지역문화를 비롯하여 전면적인 문화정책 관련 협력적 거버넌스가 작동돼야 한다. 

황희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신속하게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장관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문화정책의 제도로 확립될 때 가능하다.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이행과제, 문화비전 2030 계획, 향후 차기정부 문화정책 과제 수립 등이 마지막 1년 동안 적극적으로 점검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장관이 직접 소통하고 협력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단위가 구성‧운영돼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문재인정부가 약속했던 ‘적폐청산’과 ‘문화행정 혁신’ 그리고 ‘포용사회를 향한 문화정책의 수립과 실행’은 문재인정부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신임 문화부 장관의 취임이 이를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1년 02월 24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