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故 최숙현 선수 죽음에 대한 ‘업무상질병’ 사망 판정에 부쳐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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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선수 죽음에 대한 ‘업무상질병’ 사망 판정에 부쳐

“스포츠 선수와 스포츠노동자의 권리 선언 필요”

“노동자로서 스포츠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스포츠 구조개혁 필요”


지난 4월 8일 ‘근로복지공단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판정위’)는 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에 대해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의 괴롭힘과 가혹행위, 그리고 경주시청, 경주시체육회, 국가인권위원회, 대한체육회 등 관계기관의 부적절한 조처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는 스포츠계의 첫 산업재해 인정이라는 점, 스포츠계의 폭력과 가혹행위 그리고 이에 대한 안일하고 미흡한 조처가 스포츠 선수들에게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판정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대다수의 언론은 스포츠계의 첫 산업재해 인정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본 결정이 앞으로 진행될 가해자의 항소심 재판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판정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판정을 통해 노동으로서의 스포츠와 노동자로서 스포츠 선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될 만큼 폭력과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해 온 스포츠계의 구조적 문제를 노동환경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스포츠계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이런 위험요인으로부터 스포츠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포츠계 구조개혁의 조속한 이행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 것이다.

‘판정위’는 故 최숙현 선수가 직장에서 당한 가혹행위는 업무상 재해이며 이를 죽음의 원인으로 봤다. 故 최숙현 선수가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인 트라이애슬론 팀 소속으로 경주시체육회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온 연봉계약직 신분의 노동자임을 전제했기 때문에 나온 판정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한 사람’이다. 프로팀이나 실업팀 소속 스포츠 선수가 노동자라는 이 당연함을 망각하게 된 것은 기록과 성과의 무한한 갱신으로 창출되는 스포츠의 다양한 잉여가치 때문이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로,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때로는 성공이데올로기로 등으로 포장되어 나타나는 스포츠의 강력한 잉여가치는, 스포츠가 노동이라는 것을 대중이 망각하게 하고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하고 또 자신의 노동이 착취되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기록과 성과의 갱신을 위한 무단하고 고통스러운 노력을 쏟는 일을 노동이 아니라 도덕으로 간주했다. 스포츠 선수 또한 노동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했다. 

스포츠 선수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식하고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단체를 구성하고 활동할 권리, 스포츠 선수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훈련과 경기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 그리고 스포츠 활동에 있어 인권을 보장받고 폭력과 괴롭힘,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 현재 제정 논의 중인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말하고 있는 예술인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로서 스포츠 선수는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하며, 노동과 복지에 있어 다른 종류의 직업과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노동자로서 스포츠 선수의 권리 보장과 함께 산업재해 요인으로 지목된 스포츠 구조개혁 또한 시급하다. 폭력이 재생산되는 스포츠 구조개혁이 없다면, 위험요인은 스포츠 현장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이다. 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업무상 재해’는 스포츠계에 구조적으로 내재된 병폐에서 비롯되었다. 또 다른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노동자로서 스포츠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스포츠 구조 개혁은 조속히 이행되어야 한다.



2021년 4월 28일

문화연대 대안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