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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주간논평]한강 인공섬 '세빛둥둥섬'의 명품 모피쇼,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201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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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한강 인공섬 '세빛둥둥섬'의 명품 모피쇼,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오는 6월 2일 한강에서 명품 모피 쇼가 열린다. 서울시가 한강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 자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섬 ‘세빛둥둥섬’의 첫 국제 행사이다. 1천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만든 인공섬인 만큼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수천만 원에서 최고 수억 원에 이르는 제품을 보여주는 명품 패션쇼, 그것도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모피를 중심으로 한 패션쇼를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강의 이런 시설에서 국제적인 쇼를 서민들에게 알려주는 의미도 있고, 특히나 민간 기업이 이용료도 안 받고 생중계까지 해주니 일반인들이 많이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한다. 그들만의 명품도시 서울을 만들고 싶어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발상답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바람과는 달리 벌써 수많은 반대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나 무상급식은 재벌손자까지 공짜로 밥을 먹여주는 것이라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그토록 서민을 걱정하며 결사반대를 하던 오세훈 시장이 이번에는 서민들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명품 패션쇼를 강행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예정대로 패션쇼를 진행할 모양이다. 그들로서는 여론에 밀려 이번 패션쇼를 못하게 되면, 이후 인공섬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상하건대 ‘세빛둥둥섬’에서는 소수 상류계층을 대상으로 한 이번 패션쇼와 같은 행사들이 계속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금 회수 때문이다. 해당 사업은 특수목적법인인 ‘소울플로라’가 추진하였는데, 여기의 대주주는 효성그룹이다. 즉 ‘세빛둥둥섬’은 사실상 효성그룹이 전체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25년간 이 인공섬을 운영한 뒤 시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처럼 25년 후 서울시에 기부해야 하기에 투자에 참여한 민간 기업들은 투자금 회수는 물론이거니와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 “돈 되는 장사”만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공공간에서 특정 민간 기업이 점유권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인데, 서울시는 시공과 관련해 일부 시설을 서울시 재정으로 준설해주고, 인공섬 이외의 주변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민간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패션쇼만 봐도 그렇다. 결국, 민간 기업 소유의 인공섬에서 열리는 패션쇼를 서울시가 직접 나서 홍보하고 있지 않은가?


민간 기업의 배만 불려주겠다는 서울시가 더욱 괘씸한 것은 시민에 대한 태도이다. 서울시는 시민에게는 그저 와서 구경만 하면 된다고 한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하지만 공공 공간을 특정 집단이 사유화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민의 부담은 발생한다. 세금이 되었든, 이용료가 되었든 시민은 사유화된 공간에 대해 어떠한 형식으로든 꼬박꼬박 그 대가를 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을 둘러싼 전시행정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한강예술섬도 한강운하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없으면 서울의 경쟁력이 퇴보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건설자본의 개발을 정당화시켜주고,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자신들만의 의미를 부여해 포장하고 있다.


한강은 개발의 대상도 경제성장의 상징도 아니다. 한강에 급조된 대형건조물이 들어선다고 해서,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소소한 일상과 어우러지는 한강, 즉 삶의 공간이자 대상이 되어 그 안에서 다양한 문화적 상상력이 발휘되는 한강이 필요하다.


2011년 5월 30일

문화연대(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