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주간논평] 안보 논리보다는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다

201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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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안보 논리보다는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다

- 미군의 고엽제 매몰사건에 대한 문화연대 주간논평



이번엔 고엽제다. 캠프 캐럴, 캠프 머서 등 미군기지에서 고엽제를 매몰, 처분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고엽제란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 등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제초제로 베트남전과 우리나라 DMZ 등에서 사용된 바 있으며,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심각한 피해와 후유증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물질이다. 따라서 만약 증언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이는 너무나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민을 지켜주겠다며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사실 뒤로는 죽음의 물질을 몰래 땅에 파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캠프 캐럴 부대에 대량의 제초제와 살충제가 묻혔다는 사실이나 부대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이미 미군은 물론 한국 정부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1992년 미 공병의 보고서와 2003년부터 2년 간 삼성물산의 의뢰를 받은 강원대 연구팀의 조사에 의해 제초제와 살충제의 대량 매몰 사실과 ‘트리클로로에틸렌’, ‘테트라클로로에틸렌’ 등 대표적인 발암물질이 기지 주변에서 대량으로 검출된 사실을 이미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군과 한국 정부는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캠프 캐럴에 묻혔던 대량의 유해 화학물질을 포함한 제초제와 살충제 등이 현재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미 8군에서는 “1978~80년 화학물질과 오염토양 40~60t을 이 지역에서 제거해 다른 지역에서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그 처리방식에 대해서는 당시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미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잔여분을 해양에 투기한 전력이 있다. 따라서 한반도 연근해에 버렸을 가능성도 다분하며, 그게 아니라도 또 다른 미군기지에 다시 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한 미군기지 전부에 대한 철저한 환경조사가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엽제에 사용되는 다이옥신은 청산가리의 1만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어 10년~25년이 지난 후에도 각종 암과 신경계 손상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신체적 기형을 유발하고, 독성이 유전되어 2세에게도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거나 미군기지에 근무했던 미군, 한국군 출신 중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엽제 매몰 사건과 관련하여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조항 때문에 미군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는 사실은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엽제 등 화학물질이 매몰된 78년 당시 환경 규정이 SOFA에 명시되지 않아 미군 측이 이를 어겼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고엽제 매몰 사건은 SOFA 규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앞장서 고엽제 매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전국의 모든 미군기지에 대한 철저한 환경조사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조사결과에 따라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보상 등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부천의 캠프 머서에 대해 환경부, 육군, 부천시,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이 꾸려졌다는 소식이다. 이번 캠프 머서에 대한 공동조사에서부터 성역도 없는, 불필요한 안보 논리도 없는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의 모든 정보 또한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되기를 바란다.


2011년 5월 26일(목)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