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주간논평]차별과 배제가 없는 장애인 문화권리를 위해

201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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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차별과 배제가 없는 장애인 문화권리를 위해


문화에 대한 욕구 충족은 인간다운 삶으로 가는 기본 조건이며, 개인의 주체적인 선택을 기반으로 한다. 문화에 대한 욕구 충족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바, 현재 정부차원에서도 근무시간변형, 주5일 수업제 등 다양한 문화 관련 지원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과거에 비해 문화의 일상화를 꾀하였고, 문화기반시설 확충, 프로그램 개발 등 문화향유와 참여 기회를 향상시키는 나름의 성과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참여정부 이후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외계층의 문화향유에 대한 문화정책 수립과 실행 또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문화부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목표 하에 연중 문화예술교육, 찾아가는 문화예술프로그램, 문화바우처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 사업들이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문화를 통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문화권리에 대해 아무런 고민조차 없었던 과거에 비해 현재 정부차원의 지원사업은 상당히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도 우리 사회 취약계층의 문화권리는 유네스코세계문화보고서, 세계인권선언, 헌법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리에 비한다면 현저히 낮은 수준일 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중 특히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지원은 더 열악하고 많은 한계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문화바우처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1년 현재 1인당 지원액이 카드1매 5만원 한도로 책정되어 있다. 문화향유실태조사 등 관련 조사에 비추어볼 때, 현재 가장 많이 참여하는 문화향유의 종류가 '영화보기'인데 8천원-9천원가량 하는 영화티켓값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제도가 얼마나 생색내기용인지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정부정책은 사회적인 통합적 설계과정이 없다. 즉 신체적 이동의 불편함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문화바우처로 영화를 볼 수 있다'라는 사업 내용에는 이들이 주거공간에서 영화관으로 가기까지의 필요한 교통시설, 이동지원 서비스 등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장애인 등급제를 적용하거나, 활동보조인 지원 축소로 인해 중증 장애인의 이동을 어렵게 하는 등의 전반적인 장애인 복지정책의 후퇴는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설사 극장 앞까지 가더라도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활동보조인은 밖에서 기다리거나, 장애인이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실질적인 사회적 통합시스템이 부족으로 인해 장애인의 문화향유와 문화적 권리 보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행 정부정책이 '문화'와 '복지'라는 두 가지 범주를 분리하여 각각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를 축소하는 기본 정책 속에서 문화적 권리 향유를 확대하겠다는 모순된 정책이 수행되고 있는 셈이다. 문화와 복지를 분리하여 접근하면, 정부정책은 장애인 개인 주체의 삶과 분리된 채 그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말 수 있다.


문화권리가 삶에 있어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단순히 정부가 만들어 놓은 문화지원사업 혹은 문화상품을 이용하는 수혜자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문화적으로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아 문화적인 삶을 누리는 주체적인 개인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에 문화예술술진흥법, 문화예술교육지원법 등 관련 법령에 있어 장애인 문화권리보장 및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장치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임의규정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 명확히 명시되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부처 간 연계성을 고려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수준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더불어 현재 시행 중인 지원 사업들이 그 의미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책목표이자 대상인 이들의 관점에서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보고, 그에 걸맞는 사회적인 체계를 구축해가는 것이 시급하다. 즉 현재와 같이 문화, 복지 등 관련부처에 따라 범주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연계성을 가진 통합적 정책 재편이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인 제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4월 20일, 정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 관련 행사를 진행하며,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회임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 각종 행사들로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억압과 차별의 사회구조적 현실이 은폐되지는 않는다. 이들의 삶과 분리된 현행 문화정책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문화적 권리를 말할 때, 경제적 권리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처럼 장애인들의 문화적 권리 향유는 경제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다. 교육받을 권리에서, 일할 권리와 경제적 지원이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면 어떤 문화적 정책도 거두기 어렵다.


하지만 문화권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난 이후 보장되어야 하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을 배제하고 분리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주체로 인식하고, 이들의 문화권리가 유의미하게 발현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할 때이다. 이는 개개인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감수성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문화를 통해 문화 사회를 만들어가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4월 25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