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더불어민주당과 개발론자들은 용산공원에 대한 ‘삽질’을 즉각 중단하라!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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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용산공원에 대한 ‘삽질’을 즉각 중단하라


용산공원이 시끄럽다. 

지난 30년 동안 오랜 논란을 겪으며 결정된 국가공원 자리에 또 다시 ‘주택공급’이라는 옷을 입은 개발 부채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수상한 개발 부채질은 최근 부동산 사태에 정치적 타격을 받고 주택공급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끌고, 개발론자들이 아이디어 잔치를 펼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실 용산공원을 둘러 싼 개발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부터 문화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펼쳐왔던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라는 사회적 캠페인을 씨앗으로 용산공원 구상이 시작되었지만, 이후에도 용산공원에 대한 대부분의 사회적 이슈는 늘 개발 갈등이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용산공원 주변부(산개부지)에 대한 개발들이 전면적으로 진행되며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가 기관들이 용산공원 내에 자신들을 위한 시설을 짓겠다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웠다가 된서리를 맞은 적도 있다. 

용산공원은 용산공원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는 본체 부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제4조 2항)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언제나 정치권과 개발론자 그리고 황색 언론들을 통해 “노는 땅”, “개발 대상지”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3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신임지도부 첫 최고위원회에서 용산공원 예정부지에 공공 임대주택 9만 채를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5월 26일에는 “용산기지의 20%인 60만㎡를 활용해 평균 공급면적 70㎡의 공공주택 8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정책 발표까지 했다. 집권 정당의 신임 최고위원이 용산공원에 대한 개발을 제안하자 주택 공급론자, 부동산 개발론자 등이 너나 할 것 없이 공공주택의 옷을 입은 개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한겨레21>은 ‘공공주택 10만채 용산에 지을까’를 표지이야기로 다루며 쟁점화에 나섰다. 용산공원 공공주택 개발론자들의 제안은 간단하다. “미군으로부터 돌려받는 서울 용산기지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제안자들은 돌려받는 용산기지 300만㎡ 가운데 20~30%만 사용하면 공공주택 5만~10만 채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용산은 빼어난 입지를 갖추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어서 공공주택 공급이 실현된다면 그 효과가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한겨레21>, 제1371호, 2021. 07. 19.) 너무 익숙한 부동산 개발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하여 현재 용산공원에 공공주택을 공급하자는 주장에는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첫째, 공공주택이라는 그럴듯한 옷을 입고 있지만 결국 부동산 개발로 귀결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공공주택 공급을 통해 ‘공공성’의 옷을 입으려는 전문가들이 ‘용산공원’을 둘러 싼 다양한 ‘공공성’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무지하고 비전문적이라는 사실이다. 셋째, 용산공원의 맥락에 대한 무지함은 결과적으로 서울이라는 도심 속에서 용산공원 부지가 내재하고 있는 가치(생태성, 역사성, 지역성 등)을 쉽게 간과하고 근시안적인 정치‧경제적 이권에 집착하는 졸속 사업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넷째, 기후위기와 지역분권 등 중장기적이고 본질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사실 다음 세대에 대한 범죄행위에 가깝다. 다섯째, 눈앞의 이익을 위해 현행 용산공원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고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수십 년 동안 용산공원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합의해 온 시민들의 민주주의와 거버넌스를 무시하는 반민주적인 태도다. 


더불어민주당과 개발론자들은 용산공원에 대한 또 다른 ‘삽질’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 용산공원과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부동산 개발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생태적이고 역사적으로 지속가능한 용산공원을,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고, 문재인 정부의 집권 말기가 다 될 때까지 용산공원 사업은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도시 내에 대규모 생태문화공간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고, 시민들의 관심 역시 매우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체 없는, 이벤트성 의견수렴만을 수 년 째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해왔다. 이번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개발론자들의 계속되는 삽질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용산공원이 시민들의 생태문화공간이자 “끊임없이 진화하는 공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용산공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던 다양한 지역주민, 시민사회, 전문가들과의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또한 허황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반환된 미군부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를 철저하게 실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태문화적 공간 조성을 위한 준비를 긴 호흡과 세밀한 정책을 통해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2021년 07월 21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