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주간논평] 공공건축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확산이 필요하다

201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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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공공건축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확산이 필요하다

- <정기용 기념사업회> 발족에 부쳐


지난 3월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건축가 故 정기용 선생의 뜻을 기리고, 또 이어받기 위한 기획이 마련되고 있다. 건축 작품집의 발간, <정기용 기념사업회> 발족, 다큐멘터리 제작 및 상영, 김해 기적의 도서관 개관, 무주프로젝트 답사 등이 그것이다. 이런 기획들은 정기용 선생을 추억하고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의 사회적 실천 문제나 공공성의 문제, 그리고 삶과 거주의 문제와 소통의 문제 등 정기용 선생이 생전에 건축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제기하였던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이어나가기 위한 기획이기도 하다.

문화연대에게도 정기용 선생은 특별하다. 이는 단순히 공동대표를 역임해서가 아니다. 정기용 선생은 공간과 건축의 문제를 문화운동의 의제로, 나아가 사회운동의 의제로 제기할 수 있는 이론적, 실천적 뒷받침이었기 때문이다. 정기용 선생과 함께 문화연대는 ‘용산미군기지 반환 및 문화생태공원화’ 활동을 진행했고, 문화헌장 제정운동을 진행했으며, 공간환경위원회를 만들어 공간정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건축 이론가 김봉렬은 정기용 선생의 이런 운동가로서의 면모에 대해 ‘건축계의 공익요원’이라고 칭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시장논리와 관료주의에 의해 왜곡된 공간과 건축의 문제 때문에 많은 아픔을 겪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잠식한 도시 공간에서 공간과 건축은 오로지 더 많은 이윤창출의 수단으로서만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용산참사가 그러했고, 뉴타운 개발이 그러하며, 또한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그러하다. 공동체적 삶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을 읽어 내어 삶과 거주의 문제를 고민하였던 정기용 선생의 건축 철학과 공간과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기에 문화연대는 이번 <정기용 기념사업회> 발족 논의가 반갑다.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정기용 선생의 건축 작품을 연구하고, 무주프로젝트나 기적의 도서관 답사 등을 통한 건축문화 시민교육을 진행하며, 또한 공공건축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문화연대는 특히 생전에 공공건축을 위한 생산체계나 공공건축가제도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정기용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기념사업회를 통해 전개될 수 있기를 바라며, 문화연대의 역량 또한 미흡하나마 기념사업회 활동에 보태고자 한다.

생태 건축가, 사회적 건축가, 공공건축가, 감응의 건축가 등 정기용 선생을 수식하는 많은 말들 속에서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정기용의 건축 철학에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문화연대는 <정기용 기념사업회>가 정기용 건축에 대한 연구와 함께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생태건축, 공공건축의 가치와 중요성을 한국 사회에 확산시켜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 길에 문화연대 또한 함께 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11년 7월 13일(수)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