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책자]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이슈리포트 준비1호_ 있지만 없는 아이들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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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온 이웃에게 스포츠를 허하라!

정반


세계 난민의 날에 스포츠의 가능성을 상상함.


미등록-이주-아동. 어린 사람을 수식하는 두 개의 단어, 미등록 그리고 이주. 은유 작가의 말을 빌면 전자는 서늘하고 후자는 고단하다. 자기가 딛고 있는 땅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서늘
하고(언제든 소멸될 수 있다는 뜻이다) 뿌리가 뽑힌 인생(둥둥떠다니는 식물을 상상해보라)이기에 고단하다. 


서늘하고 고단한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곧바로 안온함과 활기참이 떠오른다. 따듯한 온기를 통해 느끼는 안전에 대한 감각과 삶의 고단함을 떨쳐낼 수 있는 활력. 이 두 가지를 스포츠로 줄 수 있다는 게 우리의 믿음(그래야 하므로)이자 상상(그랬으면 좋겠으므로)이다. 


이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이미 뿌리가 뽑혀 본 아이들에게 스포츠는 공정하게, 평평하게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그들은 ‘숨어서 숨을 쉬고’(196쪽) 있기 때문에 누군가 찾아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내민 손을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친절을 가장한 손길에 마음을 베어본 사람은 본능적으로 내민 손을 밀쳐낸다. 서로에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를 통한 미등록이주아동을 향해 우리가 내미는 손은 거두지 않을 것이다. 그 손을 잡은 아이들이 (선수)등록을 하고 다른 이들의 앞에 나서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한 팀에 속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이기기 위해 싸우는 장면을 그려 본다. 싸울 수 없는 아이들(사고를 치면 이미 타국이 되어버린 모국으로 추방되기 때문이다)로 자라온 그들이 스포츠라는 울타리 안에서 힘껏 싸울 수 있기를! 숨어서 숨 쉬던 어린 사람들이 맘껏 뛰고 소리 내 거친 숨을 쉬게 하고 싶다. 


멀리서 온 이웃에게 스포츠를 허하라


[목차] 

멀리서 온 이웃에게 스포츠를 허하라! _ 정반
청소년 난민과 한국체육 _ 이명선(서강대)
미등록 이주아동과 스포츠 _ 이경렬(동두천 지역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