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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SNS를 통한 사상검증의 일상화, 젠더 갈등을 더욱 부추기다- IMC게임즈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을 중심으로

이종임  |  문화연대 집행위원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시절,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는 이런 ‘말’이 돌았었다. 회사에서 지원자의 SNS를 검증한다는 것이었다. 제출한 서류와 면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면접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동의 없이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검증하기 위해 지원자의 SNS를 살펴본다는 것이었다.  

지난 2018년 4월 1일자 <한겨레> 신문에는 미국 국무부가 비자 신청자의 5년간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한 이민 및 입국 심사 강화 방안을 발표 내용이 보도되었다.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 대해 ‘고강도 심사’를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는 정치적 성격이 반영된 정책일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26일, 온라인 PC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Tree of Savior)의 원화 작가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메갈 트위터 이용자로 의심된다는 게임 이용자의 항의로 커뮤니티 내부에서 문제가 커졌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본인의 SNS계정에 직접 사과문을 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은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직장인으로 ‘부적절한 글, 메갈을 옹호하는 팔로워를 접하게 되었으며, 자신은 메갈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사과문뿐만 아니라 IMC게임즈 대표가 직접 공지글을 올렸는데,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직원과 나눈 일대일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지’,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가 무엇인지’,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묻고 답한 내용을 공개했다. 결국 게임 관련 커뮤니티안에서 이용자들의 항의 내용에 답하기 위해 지목된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났고, 항의 내용에 대한 답을 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 (Tree of Savior) 게임 창작자 집단 내부에는 ‘그런 문제의 사상을 가진 인력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더욱 명백하게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무엇을 의미할까. 대중을 감시하려는 국가 권력은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며, 최근에는 기업, 개인 등 더욱 세분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의 이익, 기업의 이익, 그리고 개인이자 소비자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더 확장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치밀하게 진행된 검열, 사상검증이 가져온 일상생활의 억압과 창작과정의 자기검열의 문제를 확인했었다. 당시의 블랙리스트가 정치적이고 국가적 차원의 논리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의 게임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상검증은 더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SNS를 특정 시각과 이익관계라는 기준에 따라 검열되고 있으며, 한 개인을 한 개인이 검열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논쟁적 단어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입장과 반하는 단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젠더 간 전쟁’은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대상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구별짓기는 SNS에서 표현되는 생각과 감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이 가져오는 경기불황과 불안감이며, 국내에서는 젠더 간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이용자의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고,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따라서 SNS는 더욱 사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나의 편과 나의 반대편을 구분하게 만든다. 현재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개발자, 창작자들에게 항의하는 내용의 기준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IMC게임즈의 대표가 게시판에 올린 글은 이러한 논리에 충실한 결과다. 게임 개발자에게 항의하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사상을 검증하고, 반사회적 단체, 반사회적 사상을 지닌 사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IMC게임즈 대표가 올린 글 속의 ‘반사회적’이라는 것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을 상세히 인터넷에 게시한 이유는 직원 개인의 인권과 정치적 활동의 보장을 인지하기보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충실하려는 경제적 논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IMC게임즈 대표의 직원 사상검증 사건은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이다. 게임 개발자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일대일 대화 내용을 게시판에 공지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사과문을 올린 이 사건은 게임업계 종사자들과 게임이용자들 모두 페미니즘 관련 어떤 단어도 언급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규제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영화 <모던 타임즈> 속 노동자인 찰리 채플린을 감시하던 사장의 텔레스크린은 지금의 SNS로 바뀌었을 뿐, 우리사회의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인권 보장은 나아지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IMC게임즈 대표는 자신의 계정을 통해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를 언급한 것은 잘못했다고 사과했지만, 문제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미 과거에도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 관련 사상검증 사건이 지속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용자를 지닌 게임업계가 보여주는 행보는 이용자들의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제적 수익에만 집중하는 지금의 운영방식의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몇 줄의 사과가 아닌, 게임 산업에서 자유로운 정치적 활동과 인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 적극적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