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에서 수업을 할 때마다 자주 힐끔힐끔 하는 시선을 느꼈다. 체육관 복도를 청소하는 청소노동자의 호기심어린 시선. 열려 있는 체육관 문 사이로 나와 시선이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년이 넘는 교양체육 수업 동안 목격하지 않은 적 없던 시선이었다. 시립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시설 관리란 이름으로 청소를 하던 아주머니의 모습. 함께 운동할 것을 권하니 노동이 힘들어서 운동할 힘까지는 없다던 그 대답에 20년 넘게 무의식적으로 지나쳐왔던 청소노동자의 시선이 겹쳐져 호호체육관 기획의 배경이 되었다.
호호체육관에 참여한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본인들이 경험한 스포츠 활동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찬사가 청소노동자의 자기 돌봄과 의미 있는 관계와 연대를 만드는 호호체육관의 활동 목적의 달성된 결과인지와 스포츠에 대한 어떤 인식이 찬사에 반영된 것인지 살펴보고자 본 연구가 진행되었다. 아울러 호호체육관과 같은 스포츠프로그램이 노동자의 일상과 문화 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운동의 의제이자 수단으로서 가능한 지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하여 호호체육관에 참여한 4개 대학의 청소노동자 약 200여명을 대상으로 스포츠권에 대한 인식 및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와 이 중 9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그 중 설문조사는 청소노동자의 건강인식과 스포츠 참여 실태 및 인식에 대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국민생활체육조사’ 문항을 참고하고 그 결과를 비교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노동자는 ‘국민생활체육조사’의 결과와 비교하여 자신의 건강이나 체력을 자신하는 비율이 적었다. 스포츠 참여 실태나 강좌 및 강습 경험 등에 대한 결과는 국민생활체육조사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호호체육관 프로그램 참여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다만, 스포츠 강좌 등 프로그램이나 시설과 같은 인프라에 대한 정보 인식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소통할 길도 없고, 루트를 모르니까. 우리가 어디 가서 용기 내서 말할 이런 게 못되잖아요. (중략) 우리 같은 사람들은 운동 접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등과 같은 심층면접 내용은 청노동자들의 스포츠에 대한 정보 부재와 교육 부재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또한 청소노동자들은 ‘건강유지 및 체력증진, 체중조절 및 체형관리, 스트레스 해소와 동료와의 유대강화’ 순으로 스포츠 활동 이유를 다양하게 꼽았다. 국민생활체육조사의 결과는 건강유지 및 체력 증진, 체중조절 및 체형관리, 여가선용 순이었다.
‘일을 같이 안 해봤어도 운동으로 같이 어울려 보니까 일로서의 유대감과 운동으로서의 유대감은 다른 걸 느꼈다’라던가 ‘일을 하면서 트러블이 있을 수도 있고 나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걸(탁구) 할 때는 마음이 모아지잖아요’ 라는 등의 심층면접 내용은 청소노동자들이 호호체육관을 통해 의미 있는 관계와 연대를 경험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노동자들의 약 60%가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스포츠권에 대하여 알지 못했지만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가 건강한 삶과 자기 돌봄, 일상의 활력, 의미있는 관계와 연대, 노동자 문화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노동 인권의 의제로서 스포츠권을 다루는 것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정말 거리가 있던 분들인데 지금 이 공간 아니면 그분들을 어디서 만나요?”
“조합원이라 해도 다 개별이잖아요. 다 개인감정, 개인적인 생각이 많고 그러는데 하나로 모을 수 있잖아요.”
정해진 출근시간과 노동이 있지만 대학이라는 물리적 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분리된 노동 현장에서 의미 있는 관계나 연대는커녕 만남조차 수월하지 않은, 개별적으로 분리되었던 노동 일상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와 즐거움을 나누고 교류하는 기회를 부여한 장이었다. 호호체육관에 함께 한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서로의 상황을 걱정하는 공감이 증진하는 것 같다는 면접 내용도 있다.
연구결과를 통해 호호체육관은 스포츠가 노학연대와 노노연대, 노동자 개인들의 연결, 노동과 일상의 연결의 매개물로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고 연결과 연대를 만드는 스포츠 프로그램으로서 호호체육관의 효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청소노동자 개인의 입장에서도 호호체육관은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 ‘하면 된다, 이게 되네?’와 같은 성취의 감각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삶의 기술을 확장하고 스포츠 하는 즐거움을 아는 삶, 행복추구권을 위한 수단으로서 스포츠의 기능을 재확인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