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호체육관에서 촉진자(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고 있는 박이현 활동가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문화연대는 문화사회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문화운동단체입니다. 대안체육회는 그중 스포츠 분야를 담당하는 위원회인데요. 대한체육회 이름을 비틀어 대안적인 스포츠 정책을 만들고, 스포츠 미투 등 스포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권을 누리기 위한 활동을 고민하다가 호호체육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저희 집행위원과 활동가는 체육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한 명의 생활체육인으로서 여러 스포츠를 즐기기도 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 학교 다닐 때 교직원과 노동자들이 함께 탁구를 쳤던 경험을 매우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어요. 한편 함은주 집행위원은 테니스를 배우며 그곳을 관리하던 노동자와 나눈 대화가 이 프로젝트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은 누군가의 청소 등 끊임없는 노동으로 가꾸어지는데요. 정작 그 노동자들은 스포츠로부터 소외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호체육관은 엘리트스포츠가 중심이 되는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으로 노동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보기 힘든 환경에 놓여있는데요. 2010년대부터 노동조합 조직율이 올라가며 노동환경과 임금에 있어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안타까운 일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노동자들에게는 닫혀있지만, 대학교는 다양한 체육시설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요. 한편 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 새벽 일찍 출근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 점심시간이 조금 여유로운 편이라, 이 시간을 이용해 다양한 스포츠를 진행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서강대에서 청소노동자를 모아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체육관장과 관리소장의 적극적 협조 덕에 25명 정원이 금세 마감되었어요. 조금 더 동적이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종목이 없을까하다가 다음 학기에는 배구를 진행했어요. 나이 드신 분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저희의 기대를 깨부수며, 그동안 배울 기회가 없어 익숙치 않았을 뿐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해주셨어요. 다양한 언론에서도 우리 프로젝트에 주목해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활동가는 학교에 상주하지 않아 노동자들과 일상적으로 만나기 힘든데요. 학생활동가들이 적극적인 촉진자 역할을 맡아주었어요. 한편 활동비 마련을 위해 진행항 소셜펀딩에서 예전 노학연대의 기억을 지닌 졸업생들이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보람찬 순간이기도 해요.
하지만 호호체육관을 진행하는 과정이 모두 순탄치 만은 않았습니다. 연세대에선 용역업체의 반대로 체육관 대관 협조를 받지 못해, 야외 농구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만 했죠. 이처럼 대학 내 공동체적 연대가 없다면 호호체육관 프로그램은 진행하기 힘들 겁니다.
올해 호호체육관은 총 4개 대학으로 확장하여 진행하였습니다. 활동에 앞서 학생활동가들과 공동으로 청소노동자의 노동권과 스포츠권, 그리고 노학연대의 역사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3월부터 개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종목도 요가, 배구 뿐만 아니라 농구, 탁구, 발레핏, 라인댄스 등 다양해졌습니다.
서강대에선 여성노조 조합원과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학생활동가들과 함께 1학기엔 배구, 2학기엔 라인댄스를 진행했습니다. 호호체육관을 2022년 겨울부터 일찍이 시작한 학교 답게 노동자 학생 간 끈끈한 라포를 바탕으로, 따스한 시간 보냈습니다.
연세대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과 연세대 비정규 노동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학생 활동가들과 함께 1학기엔 농구, 2학기엔 발레핏을 진행했습니다. 캠퍼스도 넓고 노동자들 연령대도 높아 운동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 와중에 함께 땀을 흘리며 연대를 나누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민주일반노조 서울대 시설지회 조합원과 비정규직없는 서울대 공동행동 활동가들과 함께 탁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참여했는데요. 처음에는 서브도 넣기 힘들었지만, 어느새 공을 핑 퐁 주고받았습니다. 함께 나눠먹자며 떡을 준비해오기도 하고, 쫑파티도 진행하는 등 정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성공회대에선 공공운수노조 조합원과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의 학생활동가들이 함께 요가와 탁구 두 종목을 진행했습니다. 다른 학교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전체 조합원의 거의 절반이 참여해주었어요. 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호호체육관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여러 긍정적 후기를 남겨주셨는데요. 서강대 여성노조 위원장님은 조합원들 요즘 표정이 많이 밝아졌는데 호호체육관 덕분인 것 깉다고 말씀해주셨고요. 서울대 시설지회 유영균 지회장님은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 한 게 호호체육관에 함께한 일이라는 말씀 남겨주셨습니다. 같은 조합원이라도 서로 맡은 건물이 달라 특별한 일 없으면 만나기 힘들지만, 스포츠를 통해 더욱 끈끈해질 수 있었다고 해요. 노동자들끼리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관계 면에서도 스포츠는 좋은 매개로 작동하였습니다.
호호체육관은 참여자가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에도 분명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똑같이 몸을 쓰는 일이지만, 스포츠는 임노동과 달리 자율 노동으로서 자기 돌봄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호호체육관을 통해 노동자, 학생, 활동가들은 서로 연대해왔습니다. 앞으로도 호호체육관에서 하하 웃을 수 있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