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운동으로 운동해요!”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운동이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운동(exercise)과 마음을 움직여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공동체를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운동(movement).
문화연대 대안체육회가 제안하는 <모두의 스포츠>는 이 둘이 엮이는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한 마디로 “운동으로 운동하자”는 제안입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그간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올림픽을 포함한 유명 스포츠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놀라운 성과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눈부신 성취 이면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스포츠를 국위선양의 수단으로 여기던 과거의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난 변화가 곳곳에서 포착되지만, 기존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여전히 ‘메달’을 최우선으로 하는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과하게 치우쳐 있습니다. 승리지상주의와 성장주의를 중심에 둔 육성 시스템은 스포츠 현장 곳곳에서 반인권적 사건 사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이런 상황을 더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든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은 스포츠 현장에 자리잡기도 전에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치우친 시스템은 스포츠 문화도 지체시킵니다. 생활체육이 일상화되며 2022년 기준 전체 국민의 60퍼센트가 넘는 이들이 생활체육에 참여하고 있지만, 스포츠 인권과 스포츠 정책은 여전히 전문 스포츠인에 한정된 영역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가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필수적인 활동이란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기본권’으로서의 ‘스포츠권’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이야기되고 있지 않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을 비롯한 많은 국제 협약과 규약이 ‘모든 사람이 스포츠에 참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스포츠권은 ‘권리’로 여겨지지조차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노인 · 어린이 · 여성 · 성소수자 · 장애인 · 이주민 등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스포츠를 즐길 공간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산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온전히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스포츠를 이해해야 합니다. 승리의 서사를 넘어 민주주의 · 인권 · 공정 · 평등 · 다양성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기본권’으로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포츠 인권과 스포츠 정책이 전문 스포츠계만의 것이 아닌 시민의 의제임을 인식하고, 시민과 시민사회가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스포츠 시민운동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즐겁게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애써온 이들이 많습니다. 선수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고, 여성과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내고, 환경을 착취하지 않는 운동장을 꿈꾸며 잘려나갈 나무를 지켜내고, 승리의 기쁨보다 신체 활동의 즐거움을 느끼는 운동회를 만들냈지요. 방법은 달라도 모두 ‘모두의 스포츠’ ‘모두의 운동장’을 지향해왔습니다. 결국 ‘스포츠 시민운동’은 지금까지 스포츠 현장과 시민사회 곳곳에서 스포츠의 변화를 바라고 실천한 이들을 연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하나의 움직임과 운동장이 모이고 연결될 때마다 우리의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우리의 운동장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모두의 스포츠’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할까? 그 답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여 그 답을 찾는 과정에 함께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스포츠의 미래를 상상하고 거기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가는 여정에 함께해주세요.
우리, 운동으로 운동해요!